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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하락 수익 악화…암울한 전망에 산지 불안 가중
33℃ 고온에 작황 부진…선충·연작피해 확산
농업인신문 위계욱 기자 2025. 8. 1
“올해가 가장 배추 농사짓기가 가장 힘든 해 인 것 같습니다. 날씨를 예측할 수 없는데다 33℃ 넘나드는 고온에서 정상적인 작황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입니다.”
지난 28~29일 강원도 평창, 강릉 안반데기 등 고랭지배추 주산지에서 만난 농가들은 고질적인 연작 피해와 요동치는 이상기후 속에 경영비는 상승한 반면 생산량은 감소해 빚잔치만 반복되고 있어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더욱이 정부가 물가안정을 핑계로 임의로 배추가격을 낮추는 정책을 중단하지 않는 한 고랭지배추의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 우려했다.
고랭지배추는 재배면적의 90% 이상이 강원도에 집중돼 있다. 평창(대관령, 진부). 강릉시 대기면(안반데기), 태백(매봉산, 귀네미), 정선(임계, 남면) 등으로 7월말부터 출하를 시작해 추석 전 출하가 마무리된다.
평창 진부면에서 만난 김종덕 농가는 “예년 같으면 정식 이후 70일이 지나야 출하를 하는데 이상기온 탓에 출하일이 5일 정도 빨라졌지만 작황은 매우 좋지 못해 1만평당 15대가 출하돼야 정상인데 7~8대로 반토막도 힘든 지경이다” 면서 “땅 임대료도 크게 상승하는 등 생산비는 평당 2만원을 넘어섰지만 소득은 변변치 않아 올해 농사는 빚잔치로 끝날 것 같다” 고 말했다.
진부농협 김삼영 과장은 “올해 특이한 현상은 정식을 했다 뜨거운 날씨에 모종이 녹아 재식재하는 사례가 늘었고 늦어도 9월에는 출하가 마무리되는데 재정식으로 인해 10월까지 출하가 늦어져 전남산 가을배추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더욱이 올해 추석 명절도 늦어져 전반적으로 소비여건이 녹록치 않은 상황으로 출하가 늦어진 만큼 낮은 시세가 우려된다” 고 말했다.
특히 고랭지배추 주산지 농가들은 지속되는 연작 피해에 따른 병충해·바이러스 확산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고 품위도 좋지 못해 출하를 2주 이상 앞당겼다고 입을 모았다.
연작 피해 여파로 토양이 산성화 되면서 배추를 심지 못할 휴경지가 늘었고 그나마 식재한 농지도‘반쪽시들음병’,‘선충’등 고질병에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다 폭염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어 생산량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관령원예농협 이종훈 상무는 “배추 농사가 갈수록 어렵기 때문에 무로 품목을 전환한 농가들이 많은데 무나 배추에서 공통적으로 속썩음병(일명 ‘꿀통’ )이 확산되고 있어 출하가 앞당겨졌다” 면서 “가장 큰 문제는 가뭄으로, 앞으로 10일내 비가 내리지 않으면 그나마 남아있는 무, 배추는 물론이고 정식된 무, 배추도 성장을 멈춰 심각한 상황이 닥칠 수 있다” 고 우려했다.
8월 하순 출하를 앞둔 강릉 안반데기도 작황이 좋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반데기 일대는 재배면적이 165만㎡(약 50만평) 내외로, 국내 최대 고랭지배추 주산지다.
안반데기에서 40년 이상 배추농사를 짓고 있는 김시갑 강원고랭지무배추공동출하협의회장은 농가들이 이상기온과 병충해로 안간힘을 쏟고 있을 때 정부는 물가안정이라는 미명 아래 배추값을 인위적으로 낮춰 대한민국 배추산업을 망치고 있다고 질타했다.
김 회장은 “정부가 여름배추 수급과 가격 안정을 위해 비축물량을 늘리겠다고 하는 것은 봄배추 비축량을 늘려 여름철 배추 수급안정을 꾀하겠다는 것으로, 결국 고랭지배추에 의지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면서 “절망에 빠진 농가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정책을 내놔야지 벼랑 끝에 선 농가들을 떠미는 정부 정책은 이해하기 힘들다” 고 꼬집었다.
강릉고랭지채소공동출하협의회 최선동 회장은 “무, 배추값 상승 기류만 보여도 비축물량을 시중에 풀고 그것도 부족하면 수입을 늘리는 정부로 인해 농가는 더 이상 무, 배추 농사에 희망을 잃고 있다” 면서 “농지 임대료가 매년 상승하고 있는데다 인건비, 약제비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어 경영비는 가중되고 있는 반면 수익은 줄고 있어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고 말했다.
김 회장은 “배추를 재배하고 싶어도 재배면적이 줄고 배추를 식재해도 생산량이 줄어 빚잔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이때, 물가안정 정책이 아니라 농가들이 생산을 포기하지 않고 재배면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면서 “갈수록 산성화되는 농지와 고질적인 연작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지원이라도 당장 나서주길 바란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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