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행정부가 온실가스 배출이 인류 건강을 위협한다는 이른바 ‘위해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을 폐기하겠다고 29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이는 미국의 온실가스 규제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결정이다. 해당 판단이 폐기되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각종 환경 규제 역시 대거 철회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리 젤딘 미국 환경보호청(EPA) 청장은 이날 인디애나주의 한 자동차 판매점에서 열린 행사에서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함께 위해성 판단 폐기를 발표했다.
젤딘 청장은 이 조치를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규제 완화”라며 “이는 규제 기관의 권한 남용을 견제하려는 미국 유권자들의 뜻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차량 배기가스 기준을 비롯해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된 모든 기준을 폐기함으로써 연간 540억달러(약 71조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젤딘 청장은 연방기관의 권한을 제한한 지난해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언급했다. 그는 “현행법상 EPA는 온실가스를 규제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방 의회가 대기청정법을 개정해 온실가스 규제 필요성을 명시한다면 EPA도 이를 따르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재생에너지 및 전기차 보급 확대보다는 석유·천연가스·석탄 등 화석연료 생산을 우선시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와도 궤를 같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취임 첫날부터 미국의 기후 변화 대응 약속을 철회하며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지시한 바 있다.
EPA의 위해성 판단은 2009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도입된 정책으로,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온실가스가 대기오염을 유발하고 공공의 건강과 복지를 해친다는 과학적 조사 결과에 기반해 만들어졌다. 이후 미국의 온실가스 규제 정책과 환경 보호 조치의 핵심 근거로 작용해왔다.
이날 발표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환경 법률단체 ‘어스저스티스’의 아비게일 딜런 회장은 “이번 조치는 미국의 기후 변화 대응 노력이 사실상 종료됐음을 의미한다”고 비판하며, “산업계에는 ‘오염을 더 많이 하라’는 메시지를, 기후 재난에 시달리는 이들에게는 ‘스스로 해결하라’는 냉담한 태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미 트럭운송협회는 EPA의 결정을 환영하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도입된 배기가스 규제는 트럭 운송 산업을 붕괴시키고 공급망을 마비시킬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포드 자동차 또한 “바이든 정부의 배기가스 규제는 시장 현실과 맞지 않았다”며 “미국에는 사업 계획 수립을 가능하게 하는 단일하고 안정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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