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일 간 상호관세 협상에서 ‘일본이 쌀 시장을 개방했다’는 보도가 잇따르며, 한국도 농산물 시장을 개방해 자동차 관세 인하 같은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협상 내용은 쌀 수입 총량을 늘리지 않은 채 미국산 쌀 비중만 조정한 것에 불과하다. 일본 농림수산대신도 “추가 수입쌀은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 이를 ‘시장 개방’으로 포장해 한국 농업에 개방 압력을 가하는 것은 현실 왜곡이자 무책임한 여론몰이다.
한국과 일본의 상황은 다르다. 일본은 TRQ(저율관세할당) 물량을 국가별 할당 없이 유연하게 조정하지만, 한국은 이미 5개국과 쿼터를 고정해놓아 특정국 비중을 바꾸려면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 일본처럼 미국산 수입 비중을 조정하기 어려운 구조다.
더구나 한국은 한미 FTA로 자동차 등 제조업 관세가 거의 제로에 가까워 제조업 분야에서 이미 큰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농업 희생을 또다시 강요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
폭염과 수해로 생존의 벼랑 끝에 선 농민들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분노와 절박함을 표출하며 대규모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국회 농해수위 여야 의원들, 시민사회도 한목소리로 농업 희생 중단과 농민 권리 보호를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통상 협상에서 농업을 희생양으로 삼는 잘못된 전략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 농민의 생존권을 내던지는 협상은 국익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농민들의 분노는 결코 잦아들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한다면 농업 보호에 최우선 책임을 다하길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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