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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농축산단체들이 개최한 공동기자회견에서 오세진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사진 왼쪽)과 민경천 전국한우협회장(사진 가운데)이 30개월령 이상 미산 소고기 수입을 결사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 제공)
''광우병 파동'' 재발우려…소고기 시장 신뢰 하락, 농가 경영 악화 불 보듯
햄버거 패티·소시지·육포 완전개방 문제
이미 한국, 미국 소고기 ''최대'' 수입국
소비자 건강권 보호차원에서 접근해야
더 이상 농가 희생 안될 일
농수축산신문 안희경 기자 2025. 7. 29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하면서 전 세계는 관세전쟁에 돌입했다.
미국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보호무역주의 기조 아래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전세계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선포한 상황이다.
현재 미국은 주요 무역 파트너인 캐나다, 멕시코, 중국 등에 수입되는 농축수산물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우리나라와의 협상에서도 이같은 상호관세가 부과될 것을 강력 시사하고 있다. 농축수산물의 상호관세도 문제지만 그보다 큰 문제는 이 가운데 미국산 30개월령 소고기 수입제한이 철폐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해면상뇌증(BSE), 일명 광우병 트라우마가 재발될 위기에 한우업계는 물론 국민건강과 국내 축산업의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국민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개월령 미산 소고기 수입, 무엇이 문제일까.
# 30개월령 미산소고기 수입…협상 주요 쟁점 떠올라
한‧미 관세 협상 농축수산물 분야에서 초기부터 문제로 떠오른 30개월령 미산 소고기 수입 문제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광우병 사태 발발 이후,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이 제한됐다. 그러나 미국축산업계는 2013년부터 매년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 30개월령 미산 소고기 수입제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왔다. 문제는 한미 관세협상이 본격화된 지난 3월 미국소고기생산자협회(NCBA)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30개월령 미산 소고기 수입제한 해지를 논의해 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농림축산식품부는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과 관련한 미국측 입장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지만 축산업계의 우려는 커지기 시작했다.
30개월령 이상 미산소고기 수입에 대한 우려는 계속적으로 확대되면서 한우업계를 중심으로 반대는 점차 거세졌다. 이 가운데 지난 6월 실시된 산업통상자원부와 USTR의 2차 기술협의에서 미국 정부가 과도한 비관세 장벽의 대표적 사례로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금지를 지목하고 유전자변형생물체(LMO) 농산물 수입 규제와 함께 월령과 관계없이 육포, 소시지 등의 수입을 금지하는 행위도 문제 삼으며 우려는 현실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말 산업통상자원부가 진행한 ‘한미 관세협의 관련 공청회’에서 정부는 민감성을 고려해 대응하겠다고 밝혀 우려를 불식시키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달 14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의 농산물 시장 개방 요구에 대한 전향적 검토를 시사하며 정부는 돌연 입장을 바꿨다. 농업관련 단체들은 ‘더 이상 농업의 희생은 안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
# 한국…최대 미산소고기 수입국
현재 미국산 소고기 최대 수입국은 한국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수입된 46만 1027톤 중 22만 1627톤이 미산 소고기로 전체 수입 소고기 중 절반을 넘는 소고기가 미국에서 들어오고 있다. 특히 미국산 소고기 관세는 2026년에 철폐됨에 따라 내년부터는 무관세로 미산 소고기가 수입된다.
이같은 이유로 전문가들은 미국이 안정적인 시장을 포기하고 30개월령 이상 소에 대한 수입제한을 해지하는 무리수를 둘리가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것이 오히려 다른 민감품목에 대한 협상카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진교 GSnJ인스티튜트 원장은 “현재 협상 단계는 각국이 마지막 내부입장을 정립하는 시기로 마지막 순간까지 자기 카드를 보여주지 않으며 상대방을 최대로 압박하거나 최대한 저항하는 것이 통상협상의 특징일 수 밖에 없다”며 “현재 미국의 대한국 농축산물 수출액은 약 85억 달러 내외로 미국이 추가로 수출을 한다고 해도 그 수준은 5억 달러 이내에 불과하며 650억 달러에 이르는 무역수지 적자 해소에는 유의미한 도움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 원장은 이어 “특히 소고기 연령제한 철폐는 자짓 한국 소비자들의 미산 소고기에 대한 광우병 불안감을 자극해 기존 수출마저 줄어들 수 있다”며 “오히려 우리가 어려워하는 점을 최대한 활용해 최대 이익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상당해 다른 품목의 협상에서 미국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방어용 카드로 농축산물 추가 개방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BSE 샘플검사 안전성 보장 못해
30개월령 미산 소고기 수입이 문제가 되는 것은 BSE 발병이 4~5세의 소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미국의 BSE 감시 프로그램은 발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소 개체군을 대상으로 매년 약 2만5000마리를 표본으로 추출해 검사하고 있다. 그러나 고기 부위에 대해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감염원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죽은 동물의 뇌에서 샘플을 채취하고 있고 미국에서 도축장으로 가는 대부분의 소는 어리고 임상적으로 정상인 것으로 확인되기 떄문에 극히 적은 수의 BSE 샘플검사는 대중에게 안전성 보장을 완벽하게 제공할 수 없다고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과 중국 등지에서는 미산 소고기 30개월령 제한을 철폐한 사례 등이 있어 이를 이유로 정부가 수입을 고려하는 것으로도 보인다는 게 한우업계의 의견이다. 특히 시장 영향력이 적고 월령 라벨링 등을 표기해 국민 건강에 대한 우려와 민감성을 낮추겠다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우려는 커지고 있다.
# ''광우병 파동'' 재현되나
가공식품의 경우 소고기 월령을 명확히 확인하기 어려워 사실상 수입이 중단됐는데 월령제한 폐지 시 햄버거 패티, 소시지, 육포 등 완전 개방이 예상된다는 것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BSE 발생국으로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출이 제한된 캐나다, 네덜란드, 덴마크, 프랑스, 아일랜드 등 5개국이 미국의 사례를 이유로 수출제한 폐지를 요구할 경우 그 물량은 더욱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가장 큰 문제는 2008년 전국을 끓게 했던 일명 ‘광우병 파동’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우업계의 한 관계자는 “100만 명 촛불집회로 이어졌던 당시의 상황을 생각하면 한국 소비자들의 거센 저항이 예상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30개월령 미산 소고기 수입 제한을 철폐하면 BSE를 우려하는 일반 소비자들이 소고기 전체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구매를 줄일 가능성이 있어 더욱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 정당한 근거와 설등력 있는 논리로 대응해야
전미육류수출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소고기 월령 제한 철폐 시 약 1억 7500만 달러, 2450억 원의 추가 수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우협회는 이같은 수입물량 증가에 이미 생산비 증가와 한우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우생산자들이 더욱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민경천 전국한우협회장은 “현재도 한우농가 1마리당 161만 원 적자를 보고 있으며 이같은 상황은 3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며 “지금도 우리나라는 미국소고기가 수입 1위인 상황에서 내년에는 관세 철폐까지 예정돼 수입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더 이상의 한우농가 희생은 불가하다”고 밝혔다.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30개월령 이상 미산 소고기 수입제한 철폐 문제는 여전히 쟁점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당한 근거와 설득력 있는 논리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원장은 “무조건적 반대보다는 우리 소비자의 건강권 보호차원에서 접근해 합리적 이유와 설득력 있는 논리로 전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미산 소고기에 대한 우리 소비자의 인식이 개선됐는지 공정하고 투명한 국민적 조사 수행 이후 그 결과에 따라 결정하되 관련 법안의 개정도 필요하므로 이해 당사자에 대한 의견 청취나 산업에 주는 영향을 평가한 다음 최종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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