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개방과 투자 확대 양면 전략
이번만이라도 농업 보호 협상을
농민신문 2025. 7. 28
일본이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상호관세율을 낮추는 대신 쌀시장을 추가 개방하는 데 합의하면서 우리나라와 미국 간 관세협상에 미칠 파장이 관심사가 되고 있다. 우리 통상당국은 쌀과 쇠고기는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미·일 협상 결과가 우리 ‘선택지’를 좁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 관세협상에서 미국 쌀에 대한 저율관세할당(TRQ) 쿼터를 확대하고, 미국에 5500억달러를 투자하는 대신 미국이 부과한 25%의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췄다. 지금까지 타결된 관세협상의 결과를 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는 두가지다. 미국 상품의 시장을 확대하거나 아니면 미국의 무역적자를 상쇄할 대미 투자보따리를 들고 오라는 것이다.
영국과 베트남은 농산물을 비롯한 상품시장을 내줬고, 일본은 760조원에 달하는 돈 보따리를 안겼다. 그런데 우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농산물시장은 바닥까지 다 긁었고, 일본에 버금가는 투자보따리를 만들 여력도 없다. 결국 남은 것은 미국이 비관세장벽이라고 지목한 동식물 위생·검역(SPS)이라는 국경조치뿐이다. 우리쌀은 글로벌 TRQ를 운용하는 일본과 달리 국별 TRQ라서 미국에 추가 쿼터를 주는 식의 수입물량 돌려막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월령 제한 역시 광우병 파동에서 기인한 ‘국민정서법’과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국회 심의가 우리 내부의 산으로 버티고 있다.
여기에다 상호관세는 8월1일 발효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시간마저 미국 편이 됐다. 게다가 미국은 일본과의 협상 타결 이후 우리와 예정됐던 통상당국간 ‘2+2 협의’ 등 협상 자체를 미루면서 우리를 ‘간보기’하고 있다. 그래서 시간에 쫓긴 우리 통상당국이 사과 등 원예작물의 병해충위험분석과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위해성 평가 등을 양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부터 FTA까지 통상협상에서 농업을 제물로 반도체와 자동차 등 공산품은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그런 만큼 이번 관세협상에서만이라도 어렵고 힘들겠지만 일본과 달리 반도체와 자동차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농업을 지키는 협상을 기대한다. 그것이 그동안 통상협상마다 희생양이 된 농업에 대한 국가와 농외(農外) 산업의 작은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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