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 평창군농업기술센터는 9일 관내 농가들에게 사탕무시스트선충이 발생했음을 문자 알림으로 공지했다.
2011년 발생 후 7곳 이상 피해
평창 첫 확인…감염 확산 우려
전남 해남서도 의심증상 관찰
지자체 예산 없어 정부 나서야
농민신문 태백, 평창, 강릉 = 이연경 기자 2025. 7. 27
사탕무시스트선충 안전지대로 알려졌던 강원 평창에서 처음으로 감염이 확인됐다. 평창군농업기술센터는 9일 문자 알림을 통해 관내 농가들에게 사탕무시스트선충 발생을 공지했다. 평창에서 감염이 공식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후 일주일 만에 추가 신고가 이어지는 등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탕무시스트선충은 십자화과 작물에 치명적인 병해충이며, 특히 배추에 큰 피해를 준다. 작물 뿌리에 기생하는 미세한 크기의 벌레인 데다, 암컷이 단단한 시스트(포자) 형태의 알을 토양 속에 낳기 때문에 발견과 방제 모두 어렵다. 감염된 채소는 선충에 영양분을 빼앗기기 때문에 생리장해를 일으켜 정상적인 수확이 어려워진다.
사탕무시스트선충은 2011년 강원 태백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강원 삼척·정선·강릉 등지로 퍼졌고, 지난해엔 충남 아산에서도 발생했다. 올해 평창까지 확산하며 피해는 더 불붙는 양상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5년까지 평창을 제외한 누적 피해면적은 1678.9㏊, 피해 시·군은 7곳 이상으로 추정된다.
평창지역 농가들은 당혹감을 넘어 불안해하고 있다. 피해를 본 농가는 “배추가 밤에는 꼿꼿하게 서고, 출하할 때가 됐는데 대체 크질 않아서 이상하다 했는데 사탕무시스트선충에 감염된 것 같다고 하더라”면서 “배추밭에 비료랑 농약은 다 들어갔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결국 이 농가는 수확을 포기하고 밭 전체를 갈아엎었고 주변 농가들도 선충 확산 소식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사전 방제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보통 훈증제 또는 비훈증제를 아주심기(정식) 전 토양에 처리한 뒤 경운한다. 그러나 산지가 많아 경지정리가 어려운 밭이 많은 우리나라 지형상 이같은 방식의 방제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박병용 농진청 농산물안전성부 연구사는 “특히 강원 고랭지지역은 돌이 많고 경사가 심한 데다 기계 사용도 제한돼 약제 방제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산 편성 방식도 문제다.
평창군농기센터 관계자는 “사탕무시스트선충은 공적 방제 대상이지만, 올해 군은 관련 예산이 없다”며 “예산이 편성돼 있지 않아 실질적 조치가 어렵다”고 밝혔다.
평창에서는 그동안 사탕무시스트선충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방제 예산을 세울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방제 예산에 국비와 지방비가 함께 투입되기 때문에 지방비가 편성돼 있지 않으면 국비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농진청이 주관하는 농촌지도사업 시행지침에 따르면 사탕무시스트선충 방제는 국비 50%, 지방비 50% 부담으로 이뤄진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남 해남에서도 사탕무시스트선충 감염 의심 증상이 관찰되기도 해 전국 확산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국적으로 연 99㏊(30만평) 규모로 배추·무 계약재배를 하는 조덕용 해남물류 대표는 “해남에서도 강원 고랭지와 유사한 증상을 목격한 적이 있다”면서 “사탕무시스트선충이 더 확산되기 전에 정부 차원에서 선제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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