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2 통상 협의’ 앞두고
쌀·쇠고기 협상카드 제외 가닥
日 시장 개방에 불확실성 커져
“양보안 섣불리 제시하면 위험”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5. 7. 24
일본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자국 쌀시장을 개방하는 데 합의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농업계 반발을 의식해 시장 개방에 미온적이었으나 협상 시한이 다가오자 이같은 양보안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 정부는 쇠고기·쌀 등 민감 품목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일본 협상 결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방금 일본과 대규모 거래를 완료했다”며 협상 타결 소식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따르면 일본은 자국 농산물시장을 미국에 추가 개방하는 데 동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이 자동차와 트럭, 쌀과 특정 농산물을 포함한 시장을 개방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성과를 홍보했다.
일본이 쌀시장 등을 개방한 데 따라 8월1일부터 부과받게 될 상호관세율은 15%다. 이달초 미국이 일본에 보낸 관세 서한에서 통보한 최종 관세율은 25%였다.
일본 정부는 자동차에 부과됐던 25%의 품목관세를 절반으로 낮추는 데도 성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 ‘NHK’는 23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일 양국이 자동차 관세를 12.5%로 완화하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최종적인 자동차 관세는 기존 관세(2.5%)를 더한 15%가 적용될 전망이다.
일본의 쌀시장 개방은 저율관세할당(TRQ) 중 미국산 비중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미 대통령 직속 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쌀 수출 확대 전략으로 ‘일본의 TRQ 수입 확대’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일본이 농산물시장을 개방하기로 하면서 한·미 협상이 안갯속에 빠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 정부는 22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한·미 협상 테이블에 올릴 안건에 대해 부처간 조율을 마쳤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쌀·쇠고기 등 농업계 반대가 큰 민감 품목의 시장 개방문제는 미국과의 협상 때 제시하지 않기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연료용 옥수수 등의 수입량을 확대하는 대안과 함께 조선·자동차·배터리·반도체·에너지 분야의 대미 투자로 미국을 설득하려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 부총리와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2+2 통상협의’를 열어 이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연기됐다.
이 가운데 쌀 등 농산물시장 개방을 포함한 일본의 협상 결과가 한·미 협상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3일 “미·일 협상 결과의 세부 내용은 파악 중이며 우리 정부 협상에도 참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지나친 양보안을 섣불리 제시할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서진교 GSnJ 인스티튜트 원장은 “일본의 쌀시장 개방 시기와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다”며 “구체적인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조급하게 나설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허윤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무역 협상에서 최대한 양보안을 제시하고 상대방에게 선처를 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방식”이라며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온라인플랫폼법’ 등 디지털분야와 함께 미국 측 시나리오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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