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앞에서 열린 ''공영도매시장 수입양파 경매 상장 전면 중단 촉구 대회''에서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 회원들과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대표자들이 ''수입양파 상장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앞에서 열린 ''공영도매시장 수입양파 경매 상장 전면 중단 촉구 대회''에서 남종우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 회장이 ''수입양파 상장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 전남·전북·경남·경북·제주에서 모인 양파농가 300여명이 23일 오전 관세청에서 집회를 열었다. 농민들은 인력부족을 이유로 수입양파 중량 및 단가 축소신고 문제를 방치하고 있는 관세청을 강하게 규탄했다.
관세청은 수입양파 중량·단가 조작 눈감고
가락시장은 수입양파 상장경매로 가격 왜곡
전국 양파농가, 관세청·가락시장 항의 집회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2025. 7. 23
수입양파에 야금야금 입지를 잠식당하던 양파농가들이 벌떡 일어났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회장 남종우, 양파협회) 회원 300여명은 23일 오전 대전 관세청에서, 오후 서울 가락시장에서 연이어 집회를 열어 공공영역에서의 수입양파 유통 관리 미흡을 규탄했다.
관세청 집회의 주제는 ‘수입양파 중량·단가 축소신고’였다. 관세청은 수입양파 국내 통관 단계에서 중량을 거의 측정하지 않고 수출국 선적 당시의 계측서류에 물량 확인을 의존한다. 수입업자가 신고한 물량 이상을 들여와도 적발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는 가격 축소신고와 더불어 관세를 포탈하고 국산양파의 가격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악습을 조장한다.
양파협회는 창립 직후인 2020년부터 꾸준히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연단에 선 오창용 양파협회 제주지부장은 “100톤이 신고되면 100톤만 통과시켜야 하는데 관세청이 150톤을 통과시킨다. 그 150톤을 가져온 수입업자는 또 1000원짜리 양파를 500원이라 신고한다. 이러면 국산 양파는 어떡하란 말인가”라고 부정 유통의 흐름을 설명했다.
가락시장 집회의 주제는 관세청 건과는 완전히 별개인 ‘도매시장 수입양파 상장’이었다. 생산자를 위해 설립한 공영도매시장이 수입양파를 취급해 수입업자의 이익에 조력하고 있는데, 특히 가락시장은 양파 대표가격이 형성되는 곳으로 수입으로 인해 가격이 왜곡된다는 것이다.
가락시장 측은 법률상 도매시장의 ‘수탁금지’ 조항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수탁금지 원칙이 수입농산물에도 해당된다는 명시적 조항이 없으며 생산자를 위한 법률 취지를 감안하면 수입을 배제해야 한다는 게 양파협회의 주장이다.
수입양파와 관련한 통관·유통 문제는 새로운 게 아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정부의 정책기조를 등에 업고 양파 수입이 부쩍 성행하게 됐고 농민들이 견디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 농민들은 이날 관세청에 △수입양파 중량 전수점검 △저가신고 철저 조사 및 엄중처벌을, 가락시장(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수입양파 상장경매 전면 중단 △채소동 경매장 확장 △농산물 유통혁신 협력을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집회엔 전남·전북·경남·경북·제주 등 양파 주산지 농민들이 집결했는데, 특히 산청·합천 등 수해가 극심한 지역의 농민들까지 피해 복구작업을 미루고 참여해 사안의 절박함을 호소했다. 양파 산지유통인의 신생 조직인 전국양파유통인연합회 회원들 역시 대거 참여해 “수입양파 상장이 중단되지 않는다면 가락시장에 양파 출하를 중단할 것”이라고 결의를 드높였다.
하원오 농민의길 상임대표, 김상기 전국먹거리연대 상임대표,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김규헌 전국사과생산자협회 부회장 등 내로라하는 농민단체장들도 빠지지 않았다. 이들은 수입양파 문제와 이로 인한 양파농가의 고충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면서, 농업계의 시급 현안인 한미 통상협정에 강력한 우려와 경고를 전했다.
남종우 양파협회장 역시 “우리 농업에 더 내줄 게 있나? 더 이상 미국에 내줄 농업도 농산물도 없다”며 “이재명정부는 국민을 믿고 주권국가답게 당당하게 한미 통상협정에서 ‘농업에선 단 하나도 내줄 수 없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여 달라”고 일성했다.
양파협회는 결의문을 통해 농민들의 집회 내용을 다시 정리했다. 관세청 집회에선 “수입양파 저가신고·중량초과·허위신고, 이 모든 것이 관세청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다. 감시해야 할 기관이 방관하고 침묵하고 있다면 이는 단순한 무책임이 아니라 명백한 방조”라고 일갈했고, 가락시장 집회에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도매시장에서 수입양파가 다시는 경매되는 일이 없도록 국산 양파를 취급하는 유통인들과 농협도 함께 싸워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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