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경남 진주 수곡면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김윤경씨(66)가 19일 폭우로 쓸려간 고설베드 속 상토와 망가진 열풍기를 바라보고 있다. 진주=박하늘 기자
* 18일 오전 충남 예산군 신암면 종경리에서 시설하우스 27동 규모로 멜론을 재배하는 구현숙씨(48)가 흙탕물이 덮친 멜론 하우스를 살펴보고 있다. 출하가 임박했던 멜론이 반쯤 물에 잠겨 상품성을 잃었다. 예산=김민지 기자
농업시설·농작물 피해규모 커
복구작업·보험 손해조사 지연
폐사 가축 처리에도 ‘골머리’
농민신문 전국종합 2025. 7. 23
극한호우 피해지역 농가들이 복구 작업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침수 피해가 전국 각지에서 동시에 발생해 규모가 큰 데다 주택부터 농업시설·작물까지 영역도 광범위해 복구에 속도를 내기 어려워서다. 농가들 사이에 “이러다 올해 농사는 시작하지도 못하고 끝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마저 돌고 있다.
특히 딸기농가들의 어려움이 크다. 이맘때가 육묘 시기여서 시설하우스에 모종이 들어 있었는데 폭우에 다 휩쓸려 가버렸기 때문이다. 용케 살아남은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뿌리가 썩거나 잎이 시들어가는 중이다.
강복원 경남 진주원예농협 조합장은 “폭우로 거세진 탁류에 모종 상당수가 함께 쓸려갔다는 농가들이 꽤 있다”며 “수정에 대비해 대여한 벌통이 망가진 곳도 있어 농사를 시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호소가 나온다”고 말했다.
게다가 피해가 큰 경남 산청·진주 등지에서는 양액재배 설비까지 모두 망가져버려 단시간 내 농사를 재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피해가 크다보니 설비를 수리하거나 새로 구입하는 데도 평소보다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 농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수박·멜론 등 출하 직전의 농산물은 복구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짧게는 며칠, 길어도 몇주 내에 출하할 예정이었는데 침수되는 바람에 상품성이 아예 없어져 폐기 처분해야 한다. 폭우에 이은 폭염으로 빠르게 부패하기 시작한 피해 농산물을 처리하는 일도 쉽지 않다.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농가들은 일정 수준의 손실은 보전받겠지만, 그 과정도 녹록지 않다. 피해농가가 워낙 많아서인지 조사 자체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문옥 충남 예산 예가K멜론공선출하회장은 “원래 피해가 발생하면 늦어도 3일 안에는 손해사정사가 방문해 조사한 뒤 복구가 진행됐는데 이번엔 거의 일주일 걸렸다”며 “8월 상순까지는 복구 작업을 끝내고 땅이 바짝 말라야 다음 작기를 준비할 수 있는데 초조하다”고 했다.
가금농가들은 폐사된 가금을 처리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문업체를 통해 렌더링 처리를 해야 하지만 전문업체 섭외 자체가 쉽지 않아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어서다. 비가 그치자마자 폭염이 시작돼 폐사된 가축의 부패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질병 확산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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