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호우 기존 방재체계 무력화
극한기상 뉴노멀 대응책 시급해
농민신문 2025. 7. 23
16일부터 닷새간 이어진 극한호우로 경기 북부, 충청과 호남, 영남 등 국토 전체가 만신창이가 됐다. 다리는 끊기고, 집과 축사는 물에 쓸리고, 산사태로 마을은 묻히고, 농경지는 물에 잠겼다. 또 수십명이 귀한 목숨을 잃었다. 경남 산청에선 3월 산불로 인한 생채기가 채 아물기도 전에 760㎜가 넘는 비가 쏟아져 전 군민이 대피령을 받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에 쏟아진 비는 극한을 넘어 ‘괴물 호우’라는 이름이 말해주듯이 무려 ‘200년 빈도’의 비라고 한다. 일부 지역에서 하루 동안 400㎜가 넘게 퍼부은 괴물 호우는 200년에 한번 발생할까 말까 하는 폭우라는 얘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00년 빈도’의 비에서 한해 만에 100년을 더한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기상’은 이제 가늠조차 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기후변화발 극한기상 현상은 기존의 기후 데이터와 패턴을 무력화하고 있다. 태풍을 동반하지 않는 비구름이 시간당 100㎜가 넘는 비를 쏟아내는 상황은 기후변화가 몰고 온 ‘뉴 노멀(새로운 기준)’이다. 뉴 노멀에는 이에 대응하는 방재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특히 하늘과 동업하는 우리 농업은 운명적으로 극한기상 현상과 접점에 있다. 그런 만큼 기후 대응 농업을 치수(治水)부터 원점에서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1년 전 기상 현상과 강우 데이터가 무용지물이 되는 극한기상에서 평년 통계를 바탕으로 한 대책과 대응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간당 100㎜의 극한호우에 대응하는 수방(水防) 시스템은 시간당 200㎜ 호우로 개량해야 한다.
4대 강의 지천과 소하천의 바닥을 준설해 농경지보다 높은 하상(河床)을 낮추고 저류지를 확대해 하천의 ‘물그릇’을 키워야 한다. 100년에 가까운 관개 배수시설과 노후 저수지는 농민의 일터와 삶터를 위협하는 물폭탄이나 다름없다. 또 하천변에 위치한 시설원예와 축사 등 농업 생산시설에 대한 특단의 수방 대책도 하루가 급하다. 이재명 대통령도 “기후위기에 대비해서 정부의 재난 대응 시스템도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한 만큼 자연재해 예측과 예방, 대응, 피해 복구와 지원에 이르기까지 재난체계 전반을 촘촘하게 손보겠다”고 했다. 정확한 진단에 따른 처방인 만큼 행동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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