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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남재철 칼럼] 가뭄과 홍수 복합재난 ‘기후채찍질’은 시작됐다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5-07-22	조회	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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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철 칼럼] 가뭄과 홍수 복합재난 ‘기후채찍질’은 시작됐다

남재철 전. 기상청장 서울대 특임교수 2025. 7. 21

지난주 우리나라 전역이 집중호우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봤다. 충남 서산·당진에서는 시간당 110㎜가 넘는 물폭탄이 이어졌고, 경남 산청에는 700㎜가 넘는 괴물 폭우가 내렸다. 16일부터 쏟아진 극한호우로 닷새간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산사태, 하천 범람, 농경지 침수로 농작물은 물론 저수지와 용수시설까지 무너지는 재해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이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기후위기 시대의 전형적인 복합 재난이자, 전문가들이 경고했던 ‘기후채찍질(climate whiplash)’이 더는 경고가 아닌 현실이 됐음을 보여준다.

예년보다 일찍 시작된 올해 장마는 초반에만 비가 약간 내리고 ‘마른장마’로 불릴 정도로 비가 거의 오지 않아 심각한 농업용수 부족을 일으켰다. 7월초 기준 강원 영동지역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평년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으며, 전국적으로도 저수지와 양수장의 급수량이 줄어든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가뭄 대응에 역량이 집중되던 와중에, 장마 후반부에 이르러 돌변한 날씨가 전국에 극한호우를 퍼부은 것이다. 이번 호우가 끝나면 폭염과 태풍에 대비해야 한다.

이러한 가뭄·폭우와 같은 극단적인 날씨가 번갈아 나타나는 현상을 기후채찍질이라고 한다. 한 방향으로 휘둘렀던 채찍이 반대로 급격히 꺾이며 더 큰 충격을 주듯, 기후변화로 가뭄과 폭우를 번갈아 몰고 오며 농업기반을 붕괴시키는 현상이다. 올해초 미국 캘리포니아는 최악의 산불에 연이어 발생한 홍수로 엄청난 피해를 봤다.

기후채찍질은 단순한 기후 이상현상이 아니다. 이는 재해 양상 자체를 바꾸고 있으며, 특히 농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논밭이 마를까 걱정하던 농민들이 며칠 만에 논두렁이 무너지고 작물이 떠내려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이러한 현상은 단기간 피해로 끝나지 않고 농산물 생산·유통·가격, 나아가 국가 식량안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기후위기 ‘대응’이 아닌 ‘적응’이다. 복구 중심의 사후 대책만으로는 기후채찍질의 충격을 감당할 수 없다. 이제는 농정 패러다임을 기후 적응형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지역별 기후 리스크를 분석하고, 토양 수분 상태나 수리시설의 취약성에 따라 맞춤형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단순히 저수지 보수나 물 관리 기술 보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작물 선택, 농작업 시기 조정, 재해보험 확대 등 종합적인 기후 회복력 강화 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한국농어촌공사에서는 ‘지하수댐’과 같은 새로운 용수 확보 기술을 개발 중이며, 이는 가뭄 대응의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침수 방지시설, 저류지 확충, 배수로 정비 등 홍수 대비 인프라와 함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종합적인 ‘농업 회복력 강화 로드맵’이 마련돼야 한다.

기후위기에 맞서는 일은 농민만의 몫이 아니다. 기후변화는 우리 모두의 생존과 연결돼 있으며, 식량안보는 곧 국가안보다. 이제는 기후와 공존할 수 있는 농업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기후채찍질은 이미 시작됐고, 더 자주 더 강력한 복합재난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거대한 흐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기후 적응 농정’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것이 곧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를 준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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