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별전국협의회 회장단 회의
미국 개방 땐 타국도 압력 우려
과일시장 전반 대체 가능성도
농민신문 대전=김해대, 사진=김병진 기자 2025. 7. 21
정부가 대미 관세 협상 카드로 사과시장 개방을 만지작거리자 원예농산물을 생산하는 전체 품목 농협이 동요하고 있다. 사과시장을 열어줄 경우 사과뿐 아니라 국내 주요 과일류의 수요까지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원예농산물 34개 품목을 생산하는 대표 농협으로 구성된 ‘품목별 전국협의회 회장단’은 16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긴급 회의를 개최해 정부의 사과 수입 개방 검토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사진). 품목별 전국협의회 회장단은 사과전국협의회를 비롯해 배·포도·감귤·복숭아·토마토·참외·딸기 등 주요 과일·채소류 주산지 농협이 참여하고 있다.
백성익 품목별 전국협의회 회장단 의장(제주 서귀포 효돈농협 조합장)은 “미국산 사과 수입이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주요 과일류 전체에 대한 수입 개방으로 논의가 옮겨붙을 것”이라며 “품목 농협 전체가 강력한 대응방안을 마련해 기필코 사과시장 개방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산 사과는 현재 ‘수입위험분석’ 절차 8단계 중 3단계 시작을 앞두고 있다. 수입이 결정될 경우 마찬가지로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거치고 있는 일본(5단계), 뉴질랜드(3단계)산 사과에 대해서도 수입을 막을 명분이 사라진다고 협의회는 내다봤다.
동시에 미국산 사과가 국내 다른 과일류 시장까지 잠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수입에 강력히 반대했다. 한 예로 크기가 작은 미국산 사과가 낮은 가격으로 국내에 풀리면 국내산 사과는 물론 감귤·참외·딸기 등의 소비도 줄줄이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산 사과가 수입되면 국내 사과 생산량이 최대 61%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최근 나왔는데, 기타 과일시장에 미치는 영향까지 감안하면 피해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데 위기 의식을 공유했다.
백 의장은 “국내 과일 수요가 줄면 생산 감소, 농가소득 감소, 생산기반 붕괴의 악순환에 빠진다”며 “사과시장이 열리면 처음에는 외국산이 낮은 가격으로 들어오겠지만 국내 생산기반이 무너진 후에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가격 결정권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협의회는 31일 사과전국협의회·한국사과연합회·한국과수농협연합회 등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하는 미국산 사과 수입 반대 집회에 동참하고, 농업계 의견을 무시하는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를 항의 방문하는 등 강력한 수입 저지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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