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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서 친환경농사를 짓고 있는 최옥교씨가 잔류농약이 검출된 감자밭을 가리키고 있다
유기농업자재라며 비료 판매
농가, 친환경인증·판로 잃어
피해액 변상 방법은 소송뿐
한국농정신문 김하림 기자 225. 7. 20
“업체가 만든 비료 탓에 문제가 생겼다. 그런데 그 책임은 오롯이 생산자가 져야 하는 상황이다.” 오호영 용인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용인친농연) 회장이 탄식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서 친환경농사를 짓고 있는 용인친농연 회원 최옥교씨는 지난 6월 친환경 인증을 정지당했다. 그는 학교급식에 친환경 농산물을 납품하고 있는데, 학교급식지원센터의 안전성 검사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된 것이다.
일의 경위는 몇 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3월 용인친농연은 유통사가 유기농업자재라고 소개한 비료 A제품을 1800만원어치 사서 회원들에게 나눠줬다. 그런데 A제품의 겉면에는 유기농업자재 공시번호가 적혀있지 않았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용인친농연이 제조사와 유통사에 문의했지만, 그들은 입을 모아 “유기농업자재로 등록된 B제품과 같은 성분”이라고 답했다. A제품과 B제품은 같은 제조사 제품일 뿐 아니라 상표명도 유사했다.
용인친농연이 혹시나 해서 검사기관에 성분 분석 의뢰를 맡겼는데, A제품에서 합성농약 성분 ‘이미다클로프리드’가 검출됐다. 그러나 이미 최씨는 업체들의 말을 믿고 A제품을 감자밭에 뿌린 상태였다. 이에 제조사는 농산물을 수확할 때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A제품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변상하겠다고 약속하고 확인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같은 성분의 잔류농약이 수확물에서 검출되고 나서의 제조사 대응은 지지부진했다. A제품 때문에 생긴 문제가 맞는지 확실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유통사는 “같은 면적에 같은 품목을 시험 재배한 뒤 같은 성분이 검출되면 변상하겠지만, 불검출되면 농가가 시험 재배 비용을 회사에 변상해야 할 것”이라며 농가를 겁박하기까지 했다.
친환경 인증이 정지된 최씨는 판로를 잃고 큰 피해를 봤다. 애호박은 가락시장에 헐값에 내놨고, 양파는 창고에 쌓아뒀으며, 나머지 감자는 수확도 하지 않아 땅속에서 썩었다. 그가 입은 금전적 손실은 자체 추산 4000만원 가량이다. 마음의 상처는 더 컸다. 최씨는 “긍지를 갖고 지었던 친환경농사”라며 “밤에 잠이 오지 않고 농사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최씨와 용인친농연이 더 답답하게 여긴 것은 정부 기관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친환경인증제도를 관리하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원장 박순연, 농관원)에 사정을 밝히고 조처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농관원은 담당 공무원이 직접 문제가 된 제품을 수거해 합성농약 성분을 확인해야만 제조사에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답했다. 만약 그 사이에 제조사가 제품 성분을 문제없는 것으로 바꿨고, 농관원이 바뀌기 전 것을 구하지 못하면 손쓸 방법이 없다.
농관원은 특별사법경찰을 통해 농산물 부정유통을 단속한다. 이번 사례의 경우엔 특별사법경찰 수사와 법원의 판결에 따라 업체에 「친환경농어업법」 제60조 제2항을 적용해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최씨와 용인친농연은 농관원 특별사법경찰의 존재를 몰랐고, 특별사법경찰 또한 본지가 취재에 들어가고 나서야 형사 처분 가능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어찌어찌 업체가 처벌받는대도 피해 농가에 돌아오는 이득은 없다. 손해액을 변상받으려면 민사소송을 치러야 한다. 민사소송은 절차가 까다롭고 시간도 많이 드는 만큼, 농번기의 농민이 감당하기는 부담이 크다.
이번 사례가 아니라도, 화학농약 성분 검출 등으로 행정처분을 받는 유기농업자재 제조사는 매년 수십개씩 있다. 그럴 때마다 오염된 땅을 복구하는 것은 농가의 몫이다. 오호영 용인친농연 회장은 “업체들이야 처벌받고 끝이지만 이미 그걸 사용한 농가들은, 농약이 들어간 땅은, 거기서 난 농산물을 먹은 소비자는 어떻게 하나”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친환경농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오 회장은 “농가는 민사소송으로 싸워야 하는데 정부는 대책이 없다”며 “이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비싼 친환경 자재를 사서 농사지을 이유가 없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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