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 개입·사후적 조치 병행
정책 방향성 모호…혼선 우려
면적 조정 초점…자율 고려를
청년농 유입 정책과 연계 제언
농민신문 김소진 기자 2025. 7. 20
더불어민주당이 수확기 이전 처리를 예고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벼 재배면적 조정과 시장격리 의무화를 병행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전적 조정과 사후적 개입이 함께 포함되면 정책 방향성이 모호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농정연구센터는 최근 서울 용산구에서 ‘양곡관리법 개정 논란과 쌀 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제370회 세미나를 개최했다. 서세욱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는 논 타작물 재배라는 사전적 조치와 의무매입, 가격안정제와 같은 사후적 조치가 뒤섞여 있다”고 꼬집었다.
김종인 인천대 동북아통상학부 교수는 “정부가 벼 재배면적 조정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하고, 농가에 일관된 정책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으면, 의무매입 조항이 쌀 재배를 계속하라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 초점을 벼 재배면적 조정에 맞춰야 한다는 데 일정 부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강제 감축’이라는 농가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일본의 쌀 생산조정제 시행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은 1969년부터 정부 주도로 쌀 생산조정제를 시행하며 전략장려금을 지급하고, 수요에 맞춰 생산 목표를 할당하는 방식으로 운용했다. 하지만 배분 과정의 비효율성과 불투명성, 생산조정에 참여하지 않고도 혜택을 누리는 무임승차자 논란이 제기되면서, 2018년부터는 생산조정을 농가 자율에 맡기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장민기 농정연구센터 소장은 “국내에서도 간척지 임대지나 청년농이 공공농지를 임차할 때 쌀 재배를 제한하면서 현장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며 “간척지는 대체 작목이 마땅치 않고, 청년농은 초기 투자 부담이 커 작목 전환이 어렵다”고 말했다.
고령농 비중이 큰 국내 농업 구조에서는 재배면적 조정제가 기대한 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찬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농가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단순히 수익성이 더 크다는 이유만으로 기계화율이 높은 벼 대신 다른 작물로 쉽게 전환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재배면적 조정의 실효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청년농 유입과 같은 농업구조 전환 정책과 연계해 제도 전반을 패키지 형태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략작물직불금 인상에 따라 특정 작물의 생산량이 늘어나면 가격 하락에 대비한 수요 확대 대책을 병행해야 하며, 작목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고령농이 보유한 농지를 청년농에게 이양하는 방안, 농지 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 개편 등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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