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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논도, 밭도, 축사도 온통 ‘진흙탕’…“올해 농사 물거품” 참담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5-07-20 조회 329
첨부파일 202507185008171.jpg
* 17일 충남 태안군 태안읍 어은리 일대 논이 침수된 모습. 태안=김민지 기자
* 18일 인근 저수지 범람으로 충남 당진시 순성면 나산리에 있는 0.5㏊ 규모의 4년차 인삼 재배시설이 초토화된 서산인삼농협 조합원 오창근씨가 밭에 나와 망연자실해 있다. 서산=김병진 기자
* 전북 순창읍에서 육계를 사육하는 권성탁씨의 농장이 물에 잠겨 8일령까지 자란 닭 3만8000여마리가 대부분 폐사됐다. 순창=윤슬기 기자
* 폭우로 침수된 광주광역시 임곡동의 한 시설하우스에서 물이 빠진 모습. 각종 쓰레기가 딸기 모종을 덮쳤고 가장자리엔 흙탕물이 찼던 흔적이 남아 있다. 광주광역시=이시내 기자




       전국 농업 피해 현장 

       논콩, 흙탕물에 잠겨 재배 포기 

       닭 폐사…농장 전체 악취 진동 

       멜론·딸기·애호박 등 원예농가 

       애지중지 키운 작물 폐기 걱정



                                                                                   농민신문  전국종합  2025. 7. 19



 16일 시작된 폭우는 지역 곳곳의 농업현장에 극심한 상처를 남겼다. 논과 축사는 물론 멜론과 포도, 딸기 모종이 들어 있는 시설하우스 그리고 인삼밭까지 모두 집어삼켰다.

◆논부터 축사까지…바다로 변한 농경지=18일 전남 영광군 백수읍 논콩 재배지. 간척지에 조성된 들녘은 17일 쏟아진 집중호우 영향으로 흙탕물로 뒤덮여 있었다. 심한 곳은 논콩 잎은커녕 논의 윤곽조차 보이지 않았다. 마치 거대한 웅덩이가 군데군데 들어선 것 같았다.

지역농가 25명과 함께 30㏊ 규모로 논콩을 재배하는 김익환 대아영농조합법인 대표(50)는 “짧은 시간 동안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물이 빠지지 않고, 도랑의 물이 역류했다”며 “논콩은 습해에 약하기 때문에 지금 물에 잠겨 있는 건 다 끝났다고 보면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한 포장의 논콩 잎은 아직 녹색을 띠고 있긴 하지만, 다음주 극한 폭염이 예보돼 있어 노랗게 변색돼 시들 가능성이 크다고 농가는 우려한다.

벼가 한창 자라고 있는 논도 침수를 피해가지 못했다. 충남 태안·예산, 전남 나주 등 비가 쏟아진 지역 대부분에서 논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예산군 고덕면 구만리에서는 한때 축사에 물이 성인 남성 키를 훌쩍 넘게 차올라 소가 폐사하기도 했다. 소 70마리를 키우던 조옥선씨(67)는 비가 오기 시작한 16일부터 인근 덕산면 축사로 소 일부를 이동시켰지만 역부족이었고 소 46마리가 폐사했다.

전북 순창에서는 닭이 폐사했다. 육계를 사육하는 권성탁씨(56)의 2215㎡(670평) 규모 농장 전체가 물에 잠긴 탓에 8일령까지 자란 닭 3만8000여마리가 대부분 폐사했다. 닭 사체가 물에 젖은 왕겨에 묻혀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권씨는 “위탁농이라 병아리와 사료값을 모두 물어내야 하는데 그 비용만 2200여만원에 달한다”면서 “폐기와 복구비용만 1억원을 훌쩍 넘는다”고 한탄했다.

◆“애지중지 키웠는데”…흙탕물 뒤집어쓴 원예작물=예산군 신암면 종경리에서 멜론을 재배하는 구현숙씨(48)는 출하 직전의 멜론을 다 버려야 한다. 17일부터 멜론 수확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16일 하룻밤 새 시설하우스가 잠기는 바람에 잘 익은 멜론이 썩어버렸다. 조금이라도 정상 과실을 건질 수 있을까 싶어 환기를 위해 개폐기 작동을 시도했지만 이 마저도 고장이 나버렸다.

그는 “한동에서 8㎏들이 200상자 정도 나오는데 생산비를 포함하면 하우스 한동에 손실이 700만원은 넘을 것”이라며 “비가 계속되는 습한 날씨에 멜론이 금세 부패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17일 하루 동안 42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광주광역시에서도 작물 피해가 속출했다. 18일 물이 빠진 뒤 찾은 광산구 임곡동의 한 시설하우스는 폭탄을 맞은 듯 비닐이 여기저기 찢겼고 저온저장고는 뒤집어졌으며 딸기 모종엔 흙탕물이 덮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기승석씨(62)는 “9월에 아주심기(정식)하기 위해 키우던 모종 7만주를 모두 폐기해야 한다”며 “새로 사려면 모종값만 7000만원이 들고 폐기물을 치우고 복구하는 데 1억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일대에서도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애호박 재배가 한창인 시설하우스가 물에 잠기면서 작물 폐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장의순씨(51)는 “세차게 내린 비로 오전 5시경 배수로의 물이 농경지로 역류하면서 하우스 전체가 물에 잠겼다”며 “폭염 속에서도 애지중지 키운 작물인데 한순간에 다 망가져 막막하기만 하다”고 허탈해했다.

병천천을 따라 형성된 오송읍 호계리 일대도 물에 잠겼는데, 이곳은 2017년과 2023년에 이어 올해까지 세차례나 극심한 수해를 입었다.

과수도 폭우의 영향을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북 남원 금지면에서 포도농사를 하는 신동일씨(49)는 “포도나무는 물을 많이 먹으면 열과가 나타나는데 지금 당장은 안 보여도 2∼3일 뒤에 피해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 안심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경남 함안에서는 수박이, 경남 진주에서는 고추와 딸기가, 경북 성주에서는 참외농가가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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