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업 희생’ 전제 통상협상 용납 못한다
한국농어민신문 2025. 7. 18
정부가 또다시 “전략적 판단” 운운하며 농업을 통상협상의 제물로 삼을 수 있음을 시사, 농업계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농업은 그동안 WTO와 한미 FTA협상 체결로 충분히 희생을 감내해 왔다. 지난해 대미 농축산물 무역적자 규모가 80억 달러에 달하고, 이미 쌀 TRQ 물량의 30% 이상이 미국에 할당돼 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도 2배 가까이 늘어 전체 수입량의 63%를 차지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추가 개방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전략인가.
정부는 협상 때마다 늘 피해 최소화와 사후 보전대책을 약속했지만, 약속이 이행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의 몫이었고, 보상은 구호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농어업을 또다시 희생시키겠다는 발상은 무책임을 넘어 몰염치한 처사다.
지금 개방 품목으로 거론되고 있는 쌀과 한우, 그리고 사과는 식량주권의 최후 보루이자 과수산업의 생존과 직결된 상징적 품목이다. 이를 포기하겠다는 발상은 곧 우리 농업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특히 미국이 요구하는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은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는 조치이고, 검역 완화와 GMO 허용 요구는 소비자 안전도 무너뜨릴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해 왔다. 그렇다면 농민들의 절규에도 응답해야 한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국민과 함께 당당하게 재협상을 이끄는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농업은 늘 희생돼 왔다”는 말이 반복되는 걸 용납할 수 없다. 당장 협상 테이블에서 농어업을 내려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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