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식품 유통업체인 초록마을이 기업회생을 신청한 가운데 신선 농산물 납품업체들이 별다른 변동 상황 없이 물건을 납품하면서 영업 정상화에 애쓰고 있다. 다만, 유통업체의 대금 미정산 등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정산 주기 관련 규제 강화와 같은 정부 차원의 근본적 해결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초록마을과 모기업인 식품 스타트업 정육각이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록마을에 상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부터 대금 정산이 지연되기 시작해 최근 미지급 금액과 기간이 늘어난 상황이었다.
특히, 판로가 제한적인 친환경 농산물의 특성상 초록마을에 과일·채소를 납품하는 업체들은 십수 년 이상 오랜 기간 거래를 이어온 곳이 많다. 그런 만큼 초록마을 영업 중단 시 친환경 농가의 대금 정산과 판로 확보 등에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초록마을에 신선 농산물을 납품하는 업체들은 당장 납품을 중단하고 채권을 독촉하기보다는 납품을 지속하며 신속한 회생을 돕는 길을 선택했다. 초록마을에 친환경 농산물을 납품하며 채권자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충북의 농업법인 대표는 “우리 회사로 농산물을 출하하는 농가만 해도 100여 곳 이상이 되는데 초록마을이 영업을 중단해 판로가 끊기고 대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농민에게까지 피해가 전해진다. 결국 초록마을이 영업을 지속하면서 정상화되거나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것이 친환경 농산물 생산 농가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대다수의 신선 농산물 납품업체와 매장 점주 등은 힘을 모아 초록마을을 살려내는 데 의기투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초록마을과 납품업체들은 기존 채권은 당분간 동결하는 대신 새로운 결제약정을 체결하고 이후 납품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바로 정산하는 조건으로 정상적인 납품을 이어가고 있다.
정산대금 미지급 사고 막을
규제 강화·안전장치 마련 목소리
대금 지급 보증보험 등 필요
다만, 초록마을 운영 향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납품을 지속하는 것이 오히려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20년 이상 초록마을에 가공식품을 납품한 익명의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기업회생에 들어가더라도 최소한 한두 달 정도의 운영비는 마련해 놓는 게 상식적인데 현재 초록마을은 가용 재원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장은 대금을 지급하더라도 다시 매출 채권이 발생하고 결국 선의의 피해자가 더 생길 수도 있다”고 염려했다.
현장에서는 티메프·홈플러스 사태 등 빈번하게 발생하는 유통업체의 정산 대금 지연과 관련해 기업의 정산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 역시 일련의 사태에 대한 문제를 인식,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유통·납품업체 등을 대상으로 대금 지급 방식 서면실태조사를 진행했으며 지난 9일 업계 의견 청취를 위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향후 제도개선 필요성과 방향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장민기 농정연구센터 소장은 “한두 달에서 길게는 네다섯 달까지 걸리는 정산 주기가 대금 미지급 사태 문제를 키우고 있다. 정산 주기 제한 대상은 확대하고 기간은 줄이는 규제 강화도 필요한 측면이 있다”며 “더불어 공공 또는 민간의 영역에서 대금 지급 보증보험을 도입하고 보증보험 가입 시 정산 주기 연장을 허가하는 것도 생산자를 보호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사태에 대해 초록마을 관계자는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며 ‘사업계속을 위한 포괄허가’를 승인받아 영업을 지속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했다. 이후 납품되는 상품은 최우선 순위에 두고 정산을 바로 진행하고 있다”며 “초록마을은 수십 년간 친환경 농산물 유통에서 큰 부분을 차지해 왔다. 당장 영업이 중단되면 친환경 농가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많은 불편을 겪을 수 있는 만큼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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