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국회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새정부에 바란다. 대한민국 농업과 농촌’ 국회 토론회에선 ‘법적·재정적 기반 강화’ 등 새 정부 농업 정책에 대한 다양한 제언이 나왔다
국회 ‘새정부에 바란다-농업과 농촌’ 토론회
‘법적·재정적 기반 강화’ 강조
공익형 농정 프로그램 확충
선진국 수준 소득안전망 구축
농촌뉴딜로 경제 활성화 제안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25. 7. 18
새 정부가 ‘국가 책임 농정’을 표방한 가운데, 농업·농촌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선언적 성격에 그친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에 집행력을 부여하고, 농업예산을 재량지출에서 의무지출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현재 농업 분야 예산은 국가 전체 예산의 2.8% 수준으로 향후 5% 확대를 목표로 하되, 법적 근거를 통해 의무적으로 편성·집행할 수 있는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제언은 지난 15일 국회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새정부에 바란다. 대한민국 농업과 농촌’ 국회 토론회에서 나왔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이원택·서삼석·송옥주·윤준병·임호선·문금주·문대림·임미애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가 주관했다.
▲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농정 실천 과제
‘새 정부에 바라는 농정과 핵심 실천과제’를 발표한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7대 농정 실천 과제를 제시하며, 그중에서도 ‘법적·재정적 기반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했다. 임정빈 교수는 6·3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의 농림축산위원회 분과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임 교수는 “농업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은 A4 15페이지에 불과하고, 정책 방향만 제시할 뿐 법적 구속력이 미약한 규범법적 성격에 머물러 있다”며 “반면 미국의 농업법(Farm Bill)은 530페이지에 달하며, 농가소득 지원 등 구체적인 시책은 물론 정책 시행을 위한 핵심 요소와 프로그램별 재정 지출 계획까지 규정돼 있다. 즉 규범법이면서도 집행법적 성격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도 이제는 단순한 선언을 넘어서, 법적 집행력을 갖춘 실질적 농정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히며, 이를 토대로 농업 예산의 재정 지출 방식도 재량지출에서 의무지출로 전환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임 교수는 “한국 농업 예산의 85% 이상이 재량지출인 반면, 미국은 80% 이상이 법적 의무지출”이라며, “불용·과용 문제가 발생하는 재량지출 방식에서 벗어나, 기후 위기·병해충·가격 변동 등 불확실성이 큰 농업에 적합한 예측 가능한 재정 지출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익형 농정 프로그램 개발’ 필요성도 제기됐다. 공익직불제로만 한정돼 있는 공익형 사업을 확대해 국민이 공감하고 함께하는 농업·농촌·지방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우리는 변동직불금을 전환한 공익직불금 외에 공익형 농정 프로그램이 없다. 이는 농업에 대한 국민 공감대 형성에 지장을 주고 농업 예산 확보의 당위성도 떨어트린다”며 “농업인과 농촌주민을 수혜 대상이 아니라 공익 실현의 주체로 전환할 수 있는 농가·마을·지역 맞춤식 공익형 농정 프로그램 개발과 확충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임 교수는 △주요 농산물 가격 안정제 도입 및 선진국 수준의 소득·경영 안전망 구축 △농업인 노후 보장과 청년 혁신 인재 육성 △농식품 혁신과 전후방 산업 연계로 부가가치 창출 △농촌 뉴딜 정책을 통한 경제 활성화와 삶의 질 제고 △소통과 협치 기반의 농정 체계 구축을 7대 실천 과제로 제안했다.
임 교수는 “새 정부는 국가 발전의 초석인 농업·농촌·농민의 중요성에 대한 대통령의 철학과 인식을 바탕으로 ‘활력 있는 농업, 살기 좋은 농촌, 존중 받는 농민’ 실현을 위한 선진 농정의 전환 틀을 조속히 마련하고, 제안한 7대 과제를 포함해 대선 후보 시절 약속한 실천 과제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새 정부 농정 정책 제언
종합토론 자리에선 이재명 정부의 농업 정책에 대한 여러 당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마상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재명 정부가 지난 정부 농정과 차별화하려면 사람 중심의 농정 철학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농어업회의소는 선언에 그칠 게 아니라, 예산이 실제로 농민에게 쓰이도록 해야 한다. 청년농 관련 정책도 지난 정부는 계획 없이 선언만 반복했는데 준비형 인재 육성 과정이 필요하며, 농업뿐 아니라 농촌 거주민 전체를 포괄하는 농촌정책도 포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대헌 농어업회의소전국회의 사무총장은 현행 농식품 사업에 대한 공모사업 중심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총장은 “중앙정부가 설계한 500여개 사업 틀에 지역이 억지로 맞춰가다 보니, 정작 농민이 필요하지 않은 사업이 내려오고, 꼭 필요한 지원은 빠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현재 7.5:2.5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단계적으로 6:4로 확대 개편해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일부 농촌분야에서 시행되고 있는 포괄 보조금과 계획 협약 방식 등을 농업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은 “우리(농업계) 스스로가 국민들에게 ‘농업·농촌이 나에게 많은 것을 주는구나’, ‘세금 내도 아깝지 않네’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왔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열악한 농업예산 등의 현실을 바꾸려면 농업계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측을 대표해 참석한 김재형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재정담당관은 “현재 국정기획위원회를 통해 대통령 공약과 현장 의견을 종합한 국정과제 수립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완성 후 농업인·소비자단체 등과의 간담회를 통해 직접 설명 드리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 제안된 내용은 관련 부서는 물론 부처와도 공유하고, 꼭 필요한 농업·농촌 정책이 빠지지 않도록 정부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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