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한국농축산연합회, 농민의길,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등 4개 종합 농업단체 주최로 ‘식량주권·국민건강권 사수! 한미 상호관세 협상 농축산물 개방 반대 전국 농축산인 기자회견’이 열렸다. 최흥식 한농연 회장이 투쟁발언을 하고 있다. 김흥진 기자
* 16일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부에선 농업을 통상 협상의 도구로 삼아선 안 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주요 종합 농민단체, 대통령실 앞 공동기자회견
여한구 본부장 ‘전략적 판단’ 운운
“무책임하고 안일” 즉각 사퇴 촉구
농업계 현장 목소리 외면할 땐
제2차·3차 전국 농민투쟁 선언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홍란 기자 2025. 7. 18
“이제는 제발 농업을 희생양 삼지 마라.”
한미 상호관세 협상이 임박한 가운데, 농축산물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자 농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농민들은 거리로 나섰고, 농민단체와 정치권을 포함한 범농업계가 잇달아 성명을 발표하며 정부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한국농축산연합회, 농민의길,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등 4개 종합 농업 단체는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식량주권·국민건강권 사수! 한미 상호관세 협상 농축산물 개방 반대 전국 농축산인 기자회견’을 공동 개최했다. 주요 종합단체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연 것은 이례적인 일로, 정부 통상 정책 방향에 대한 농업계의 위기의식을 반영한다.
논란의 중심에는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발언이 있다. 그는 “이제는 농산물도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해 농축산물이 다시 협상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낳았고, 이는 농업계의 거센 반발로 이어졌다.
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여한구 본부장이 언급한 ‘전략적 판단’은 사실상 미국 측 요구에 굴복하겠다는 신호”라며 “최근 일간지 1면에서도 ‘소고기·사과 카드 들고 이달 방미’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단 한 차례도 농업계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며 “일방적인 추가 개방 논의는 농업인을 기만하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대내 협상 실패”라고 비판했다.
농민단체들은 “이미 한국은 미국산 농축산물의 세계 5위 수입국이며, 대부분의 관세는 2012년 한미 FTA 발효 이후 철폐됐다”며 “추가 개방은 국내 농업 기반을 붕괴시키고, 5000만 국민의 식탁을 외국산에 내어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식물 검역 기준 완화와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관련 비관세 장벽 완화 요구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가 제기됐다. 단체들은 “이는 소비자의 먹거리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를 향한 직접적인 요구도 나왔다. 농민단체는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가 책임 농정을 약속했고, 농민들은 그 약속을 믿고 있다”며 “이번 협상에서 농축산업이 또다시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여한구 본부장에 대해선 “책임 있는 자세로 사퇴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 국내 최대 농민단체인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같은 장소에서 ’한미 상호관세 협상 농축산물 관세·비관세 장벽 철폐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농업은 늘 통상 협상에서 희생돼 왔으니 새 정부에서도 농업은 희생당하라는 것인가”라고 강력 반발했다.
이 자리에서 최흥식 한농연 회장은 “개방화라는 이름 아래 30년 넘게 희생을 감내해온 선의의 농민들을 또다시 죽음의 벼랑 끝으로 내모는 현실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며 “정부가 현장의 요구를 외면할 경우, 제2차·3차 전국 농민 투쟁으로 맞서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회견에는 미국의 통상 압박 대상 품목인 쌀, 한우, 사과 등을 생산하는 각 도 농업인 대표들도 참석해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더는 농업을 협상의 제물로 삼아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또 농업계는 물론 여당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고,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정치권에서도 비판 성명이 계속해서 나오는 등 한미 통상 협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한편, 여한구 본부장과 달리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17일 인사청문회에서 “공직 초기에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당시 농민들의 고통을 생생히 기억한다”며 “농산물 개방이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지, 농민의 삶과 얼마나 긴밀히 연관돼 있는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협상팀도 이를 유념하고 있으며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김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 김 후보자는 무난히 산자부 장관으로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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