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입된 미국산 참깨 일부에서 국내 농약 잔류허용기준(MRL)을 초과하는 제초제 성분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된 가운데 수입물량에 대한 당국의 글리포세이트 잔류검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은 참깨에 대한 글리포세이트 MRL을 한국보다 느슨하게 설정하고 있어 국내 수입물량에 대해 면밀한 검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본지 취재 결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정밀검사 대상의 모든 수입 농산물에 대해 잔류농약검사를 시행하고 있지만 글리포세이트는 검사 대상 농약에 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본지가 국내로 수입된 미국산 참깨 일부를 확보해 잔류농약검사를 시행한 결과 참깨 1㎏당 글리포세이트 성분이 0.934㎎ 검출됐다. 이는 식약처가 고시한 MRL(0.05㎎/㎏)을 19배가량 초과한 수치다(본지 7월7일자 1·3면 보도).
현행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수입 식품에 대한 정밀검사는 물리적·화학적·미생물학적 방법에 따라 시행하는 것으로, 서류·현장 검사를 포함한다. 정밀검사 대상은 ▲최초로 수입된 식품(1등급) ▲식품안전정보 등에 따라 문제가 제기된 수입 식품(2등급) ▲행정처분을 받은 ‘특별관리영업자’가 수입한 식품(3등급)으로 분류된다.
정밀검사 대상에 대한 잔류농약검사 항목은 식약처 고시로 128종의 농약을 명시하고 있는데, 이 중 글리포세이트는 빠져 있다.
글리포세이트는 무작위 표본검사 항목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일반적으로 수입업체가 식품을 수입한 뒤 정밀검사를 통과하면 이후부터 수입하는 동일 식품은 무작위 표본검사 대상이 된다. 이에 대한 잔류농약검사 항목은 관련 고시(‘식품의 기준 및 규격’)가 규정한 ‘다성분 시험법’에 명시된 농약 514종을 적용한다. 하지만 해당 항목에도 글리포세이트는 포함돼 있지 않아 사실상 미국산 참깨에 대한 글리포세이트 잔류검사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식약처 수입검사관리과 관계자는 “글리포세이트는 과거 문제가 된 적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검출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유해정보 발생 등 필요에 따라 검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이 참깨에 대해 설정한 글리포세이트 허용 수준은 우리나라보다 현저히 관대한 것으로 파악돼 수입물량 전반에 대한 잔류농약검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 환경보호국(EPA)은 한국의 농약 MRL과 같은 ‘농약 허용치(Pesticides Tolerances)’를 설정해 자국에서 유통되는 식품에 잔류할 수 있는 농약의 양을 제한하고 있다. 미 연방규정집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참깨를 포함한 유지종자 1㎏당 글리포세이트 허용치는 40㎎으로, 한국의 800배 수준이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수출한 참깨 역시 이 기준에 맞춰 생산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호 단국대학교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수입 농산물에 대한 잔류농약검사는 국민 안전과 관련된 일인 만큼 한국 기준에 맞는지 철저히 검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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