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새 정부의 농산물 가격안정대책에 대한 제언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 2025. 7. 7
새 정부 들어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식품 수급·유통구조 개혁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농식품 수급·가격 안정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동시에 모색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제도적·행정적 차원의 개선뿐 아니라 인공지능(AI) 활용 기술과 데이터 기반 유통관리, 직거래·산지 유통 활성화 등 미래지향적인 유통체계로 전환하는 것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정부가 단기적인 수급안정과 더불어 할인쿠폰 등을 지원해 농축산물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기존 정책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그동안 추진해온 농산물 유통개혁 대책의 반복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농산물 공급은 재배면적에 단수(단위면적당 수확량)를 곱해 산출된다. 농산물은 기후변화에 의해 단수가 변동하고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재배면적의 변화가 심한 편이다. 지난해 가격이 좋으면 재배면적이 늘어 가격이 내리고, 가격이 하락하면 다시 재배면적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배면적을 안정화하기 위해선 현재 시행 중인 가격안정제와 같은 농가 경영안정 제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주요 채소를 대상으로 6개년 평균가격 이하 하락 시 60∼90%를 보전해 공급 안정화를 도모하고 있으며, 이 제도의 성과로 채소류의 가격변동성이 우리의 5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가격이 안정화돼 있다.
가격안정제는 잘못 운용하면 만성적인 농산물 과잉 생산을 유발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선 기준가격을 합리적으로 설정하고, 생산자단체의 자율적 수급조절을 전제로 해서 그 노력 여하에 따라 차등, 수취가격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돼야 한다. 아울러 가격안정제에 소요되는 예산을 기금화해 예산 불용과 부족 문제를 방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은 관련 예산을 야채안정기금을 통해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매년 투입되는 예산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정부가 확대하고자 하는 농가 경영안정 제도는 품목 특성에 따라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채소·과일과 같이 가격변동성이 큰 품목의 경우 수급안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현재 시행하고 있는 가격안정제를 전면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격안정을 위한 또 다른 과제는 기후변화에 따른 단수 변화를 최소화시킬 생산기반 확충이다. 가뭄·홍수 등에 대비한 관개시설 보완 및 정비가 필요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한 생산·유통 기반 보완이 시급하다. 자연재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내재해성 품종 개발, 품목별 관리 요령 및 기술 지도, 보다 정밀한 기상정보 제공 및 관측 정확도 제고 등이 필요하다.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해서는 유통구조의 근본적인 개혁도 필요하다. 유통관리 체계를 대폭 변경해 시장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광범위한 규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도매시장 등에서 정부가 거래제도 등을 일일이 규제하는 것을 벗어나 유통주체가 효율적으로 상행위를 영위할 수 있도록 정부는 시장 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고, 시장 내 불공정행위 방지 및 출하대금의 안전회수 장치 마련 등에만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농산물 가격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겠으나 농가소득 안정화와 기후변화 대응, 유통구조 개선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소비자와 생산자가 체감하는 가격안정이라는 성과를 달성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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