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한국생활개선진주시연합회 회원들이 경남 진주시 수곡면 요산마을 경로당을 방문해 온열질환 예방수칙을 안내하고 있다.
6월28일 이후 연일 폭염경보
7월6일까지 48일간 859명 집계
작년 대비 83% 급증…사망 7명
한낮 무더위 피해 농작업 하고
시원한 옷 입고 물 자주 섭취를
농민신문 진주=박하늘, 김난 기자 2025. 7. 7
“100살 가까이 살았지만 살다 살다 이런 더위는 처음이라….”
한낮 최고기온이 36℃를 넘었던 4일 오후 3시, 경남 진주시 수곡면 요산마을 경로당. 이곳에선 10여명의 어르신들이 실내에 모여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진주에선 최근 농작업을 하다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농민이 2명이나 나왔다. 어르신들은 “남 일 같지 않다”며 착잡함과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10대 때 이곳으로 시집와 수곡면에서 80년째 살고 있는 강대연씨(98)는 “이리 더븐데 우짤라고 밭에 나갔을꼬”라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대부분 ‘현직’ 농민인 어르신들은 폭염에도 논밭에 나가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수곡면에서 고추·참깨를 재배하는 이춘영씨(85)는 “오전 10시만 돼도 햇볕이 너무 세 밖에 서 있기도 힘들다”면서 “새벽 5시에 밭으로 나가 3∼4시간 일을 하고 돌아온다”고 말했다.
진주시 명석면에서 만난 한 80대 여성농은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아무리 더워도 일을 하지 않을 순 없다”면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폭염특보 발령 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난문자를 보내고 예방법을 홍보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농민들은 시기에 맞춰 해야만 하는 농작업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 6월28일 이후 거의 매일 폭염경보가 발령될 만큼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지만 농민들이 밭으로 향하는 이유다. 농촌 마을 곳곳을 다니며 온열질환 예방수칙을 안내하고 있는 한국생활개선진주시연합회 회원들은 여전히 땡볕에도 무방비로 농작업을 하는 농민들을 종종 마주친다고 했다.
한 회원은 “폭염주의보에 이어 폭염경보까지 내려진 상황이지만 가끔씩 한낮에도 물 한병 없이 밭에 나가 있는 농민들이 있다”면서 “이런 분들을 발견할 때마다 물도 전해주고 ‘더위를 피했다 일을 하라’고 안내하고 있다”며 상황을 전했다.
실제로 온열질환자수는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5월20일부터 7월6일까지 온열질환자는 총 85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69명)보다 83%나 증가했다. 사망자수도 7명으로 지난해(3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온열질환 발생 장소(5월15일∼7월6일 기준)는 실외(712건)가 실내(163건)보다 압도적으로 많았고, 실외에서는 작업장(224건)·논밭(145건)·길가(123건) 순으로 발생 빈도가 높았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이 377명으로 43.1%를 차지했고, 40∼50대는 275명, 20∼30대가 195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처럼 온열질환 발생이 급증한 것은 올해 유난히 일찍 끝난 장마와 관련 깊다. 제주는 역대 가장 이른 6월26일에, 남부지역은 두번째로 이른 7월1일에 장마가 종료됐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를 빠르게 뒤덮으면서 정체전선을 북쪽으로 밀어낸 결과 폭염이 일찍 찾아온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더위가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기상청이 6월 발표한 3개월 기상전망에서도 올해 7∼8월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아울러 북태평양 고기압 영향으로 당분간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체감온도 33℃ 내외의 폭염이 지속될 뿐 아니라 일부 지역에서는 밤 최저기온이 25℃ 이상인 열대야 현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민주 생활개선진주시연합회장은 “지금처럼 푹푹 찌는 날씨엔 한낮에 절대 밭에 나가면 안된다”면서 “농작업을 하러 갈 땐 반드시 모자를 쓰고 시원한 물을 챙겨 가서 수시로 마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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