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과 일본 간 2차 관세 협상에서 양국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에 응하고 있다. 왼쪽부터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 연합뉴스
상호관세 2차 협상 앞두고 내홍
정치권, 자국 쌀산업 보호 주장
美, 중립종 수출확대 차질 전망
한국에 추가 개방 요구할 수도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5. 5. 7
미국과 상호관세 협상에 나선 일본 정부가 쌀 수입 확대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가운데 일본 정치권에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식량안보를 이유로 자국의 쌀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일본 내에서 반발 기류가 커지는 모양새다. 동아시아 진출을 본격화하려던 미국 내 쌀산업계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일본 협상단 대표를 맡은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담당상(장관)은 1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미국의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등을 만나 2차 상호관세 협상을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요미우리신문은 3일 “2차 협상을 위해 일본은 미국산 옥수수·대두 수입 확대 제안 등 협상 카드를 준비했다”며 “이 외에도 수입 차량에 대한 안전검사 간소화 등 제안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다만 회담에서 제시된 안건들에 대한 실질적인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요미우리신문은 “2차 회담에서 양국이 협상의 틀을 마련해 진전이 되긴 했지만 미국 행정부에 실무적인 문제에 정통한 관료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한편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이번 협상을 앞두고 미국산 쌀에 대한 저율관세할당(TRQ) 수입 물량 7만t 신설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자민당 등 일본 정치권이 정부의 쌀시장 개방 검토에 반발하고 나서면서 이같은 정부 방침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파악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자민당 내 식량안보위원회는 농림수산성에 “공산품 보호를 위해 농수산물이 희생될 수 있는 일·미 관세협상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전달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모리야마 히로시 자민당 식량안보위원장은 대두·옥수수의 수입 확대 가능성에 대해선 열린 입장을 표명했지만 쌀에 대해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며 “자민당 의원들은 비상시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보장하고자 쌀 생산량을 늘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일본의 쌀농가수는 70만가구에 달한다.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자민당 입장에선 농촌 지역구 민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산 쌀에 대한 일본의 TRQ 확대는 미국에서 강력하게 추진하던 정책이라는 점에서 일본이 시장 개방 방침을 재검토한다면 추후 한국과의 협상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미국 대통령 직속 국제무역위원회(USITC)가 올 3월 발표한 ‘쌀-글로벌 경쟁력과 무역 및 미국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선 미국산 쌀에 대한 일본의 TRQ가 확대되는 정도에 따라 미국의 쌀 수출량이 최대 10만t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USITC는 이같은 일본으로의 수출확대를 미국의 중요한 중립종 쌀 정책 중 하나로 꼽았고, 4월에는 미국쌀협회(USA Rice)와 협력해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수출확대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일본과 같은 중립종 쌀 수출시장인 한국에도 어떤 식으로든 미국의 요구가 분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은 “일본으로의 쌀 수출확대 전략이 막힌다면 같은 중립종 쌀시장인 한국에 추가 개방 요구를 할 수도 있다”며 “일본과의 협상 결과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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