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강진 도암농협이 경제사업소를 리모델링해 4월말 문을 연 ‘농업인 근로자 숙소’. 올해 공공형 계절근로제에 참여하는 베트남 근로자 20명이 이곳에서 숙식을 한다. 도암농협
공동숙소 마련 어려워 운영 난관
참여 농협 리모델링 사례 늘어
관리 용이…농가·근로자도 만족
정부, 내년부터 건립 지원 확대
농민신문 김해대 기자 2025. 5. 6
공공형 계절근로제에 참여하는 농협들이 유휴 자산을 근로자용 숙소로 리모델링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부터 농협이 공공형 계절근로자용 숙소를 보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이같은 흐름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형 계절근로제는 지방자치단체가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입국시키면 농협이 이들을 5∼8개월 단기 고용해 농가에 하루 단위로 공급하는 사업이다. 전남 강진 도암농협은 4월말 ‘농업인 근로자 숙소’를 개소했다. 올해 입국한 베트남 계절근로자 20명이 여기서 숙식한다. 농협은 과거 경제사업장과 창고로 사용했던 시설을 숙소로 리모델링했다. 도비·군비로 3억5000만원을 지원받고, 농협이 1억8000만원을 부담했다. 약 330㎡(100평) 규모로 침실, 공동 샤워장, 주방 등을 갖췄다.
도암농협은 지난해 처음으로 공공형 계절근로제에 참여하며 빈 마을회관과 농가주택을 고쳐 근로자 숙소로 사용했다. 하지만 숙소가 두곳으로 분산된 탓에 근로자의 이동·관리에 애를 먹었다. 김미 도암농협 팀장은 “강진군과 부지 물색, 타당성 검토 등 수차례 협의를 거쳐 농협 시설을 숙소로 리모델링할 수 있었다”며 “숙소가 농협 본점 사무실 바로 길 건너에 있어 관리가 쉽고, 근로자를 태우러 오는 농가들도 편리해 한다”고 말했다.
공공형 계절근로제 참여 농협이 자체 숙소 마련에 나선 건 근로자 ‘거처 마련’이 제도 운용의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은 숙소를 구한 뒤, 각 근로자들의 임금에서 숙박비·식비 일부를 공제한다. 하지만 현장 농협들은 펜션·빌라 등을 숙소로 구할 때 임대인들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경우가 많고, 최소 ‘1년’ 단위 계약을 원해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농협중앙회 자체 조사 결과 공공형 계절근로사업 운영 시 가장 어려운 점으로 ‘공동숙소 마련’을 꼽는 곳이 많았다. 실제 올해 사업에 참여하는 농협 90곳의 숙소 운용 현황을 보면 펜션·마을회관·체험마을·원룸 등 종류가 10가지에 달한다.
경기 여주 가남농협도 자체 예산 2억5000만원을 들여 숙소를 조성하고 최근 계절근로자들을 입주시켰다. 지난해에는 지역의 일반 숙박시설을 활용했으나 임대인들의 불만이 많아 자체 보유 건물을 숙소로 리모델링했다. 김혜성 가남농협 과장은 “숙소가 읍·면 가운데 있는 농협 하나로마트 근처에 있다보니 동선 측면에서 농민들과 근로자 모두 만족하고 있다”며 “숙소에 자체 주방이 있어 농협이 쌀과 부족한 식재료를 무상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북 동고령농협은 올해말 완공을 목표로 농협 건물을 공공형 계절근로자용 숙소로 리모델링하고 있다. 전남 고흥 풍양농협도 자체 숙소 마련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도 이같은 숙소 건립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현장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2025년 농번기 인력지원 대책을 발표하며 “외국인 근로자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농업 근로자 기숙사 건립을 지속 확대하고, 사업 지원 대상을 농협까지 확대해 공공형 계절근로제를 운영하는 농협 전체가 기숙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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