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림축산식품부가 RPC를 중심으로 한 쌀 의무자조금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달 내 발기인대회와 법인 설립을 완료하고 내년도 예산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의무자조금 추진 진전 없자
“RPC 중심 임의자조금부터”
농민단체 공감·참여가 관건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2025. 5. 4
쌀 임의자조금 출범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20년 동안 답보 상태인 쌀 의무자조금을 우선 임의자조금 형태로 시작해 보려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 농식품부)의 구상이다. 당장 이달 13일 발기인대회가 예정돼 있는데, 몇몇 농민단체가 강하게 반대를 표하고 있다.
쌀 임의자조금 논의는 지난 3월 중순경부터 본격화됐다. 해를 거듭해 경영부담에 직면하고 있는 미곡종합처리장(RPC)과 자조금으로 쌀산업을 관리해 보려는 농식품부의 의중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농수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상 임의자조금 설치를 위해선 해당 농수산물 ‘농수산업자’ 10%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농식품부는 이 ‘농수산업자’를 RPC 등 양곡도정업체(전국 600여개)로 규정하고 설명 작업을 진행해 왔다.
1개월여라는 짧은 시간 동안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건 예산 문제 때문이다. 2026년도 농식품부 예산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해 협의를 시작하는 시기가 6월인 만큼, 늦어도 5월까진 법인 설립을 완료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생산자를 배제하고 RPC와만 자조금 출범을 논할 수는 없다. 법인 설립 이후 구성할 자조금관리위원회에 생산자단체가 들어가며, 향후 의무자조금 전환을 염두에 둔다면 더욱 농민들의 공감을 담보해 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농식품부도 농민단체들을 만나는 데 열심이다. 일단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 등 지금까지 농식품부가 면담한 3개 단체는 큰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관건은 앞으로 면담을 추진 중인 단체들이다. 전국쌀생산자협회를 비롯한 진보 농민단체들은 ‘국가책임농정’ 구호를 전면에 내걸고 있어 자조금이 정부의 정책 책임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전국쌀생산자협회는 지난 1일 성명에서 “정부 스스로가 현재 임의자조금을 폐지하는 자조금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면서도, 법 개정 이전에 자신들 입맛에 맞는 임의자조금 단체를 서둘러 설립하고 있다. 정부가 향후 쌀 농정을 자신들이 관리 가능한 구조로 만들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논평했다.
또한 “쌀은 시장에 맡길 수 없는 공공재다. 수입쌀 문제를 방조하고, 쌀값은 외면하고, 이제는 농민의 참여도 없는 졸속 자조금단체로 공공성을 포기하려는 정부의 태도는 쌀 산업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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