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24일 사천시청에서 재생 아스콘 공장 설립반대 추진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횡성·사천·제천 잇단 건립 추진
유해물질 발생 농산물 악영향
청정 브랜드 이미지 훼손 우려
공청회 생략 일방적 추진 비판
대책위 구성…사업 철회 촉구
농민신문 사천=박하늘, 횡성=이연경, 제천=황송민 기자 2025. 5. 4
농촌지역에 폐기물 처리장 건립 시도가 끊이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유해물질 발생으로 건강에 해가 되는 것은 물론 농산물 생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다.
강원 횡성군 우천면 오원리에는 의료폐기물 처리장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지난해 12월31일 A업체가 신청한 폐기물 사업에 대해 환경성 적합 통보를 내렸다. 소각 용량은 하루 48t, 시간당 2t이다. 횡성을 포함한 강원도 전체에서 하루 발생하는 의료폐기물이 3t 정도여서, 전국의 의료폐기물이 이곳으로 모여들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소각장 부지 주변에 농지와 한우목장, 횡성의 특산물인 더덕밭이 있는 것은 물론 오원저수지, 학곡저수지 등 농업용 수원도 많다는 점이다. 더구나 지리적으로 분지라 바람이 불어도 대기가 정체되기 쉬워 향후 대기 오염 우려가 크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50여년간 우천면에서 한우를 키워온 김영래(67)씨는 “청정지역에서 자란 ‘횡성한우’라는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 모른다”며 “청정 환경이 브랜드의 핵심 가치인데 주변에 의료폐기물 소각장이 들어선다면 소비자 신뢰를 잃게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남 사천시 축동면에서는 재생 아스콘 생산시설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사천시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서 폐기물처리업을 하고 있는 B업체가 최근 시에 재생 아스콘을 생산하기 위한 사업변경 신청을 했다. 해당 장소 인근에는 논·밭이 있고 반경 1㎞ 이내에 반룡마을, 신촌마을, 관동마을이 자리잡고 있으며 주민 대부분이 70대 이상 고령층이다.
축동면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며 지난달 ‘재생 아스콘 공장 설립반대 추진위원회(위원장 황승주)’를 꾸렸다. 위원회는 4월24일 사천시청에서 공장 설립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 200명이 서명한 반대성명서를 사천시와 사천시의회, 낙동강유역환경청 등에 제출했다.
주민들은 특히 공청회나 주민 동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공장 설립이 추진됐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 70대 주민은 “공장 가동 시 발생하는 소음, 대기 오염, 교통 혼잡 문제 등은 주민의 일상적인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는데 주민과 아무런 소통 없이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충북 제천시 봉양읍 장평리 일대에는 하루 30t의 태양광 폐패널을 파쇄할 수 있는 종합처리시설 조성이 추진 중이다.
윤방원 장평리 이장은 “산꼭대기에 위치한 이 부지는 2020년 8월 집중호우 때 산사태가 발생해 인근 농경지와 주택에 큰 피해를 준 곳으로 자연재해 위험이 큰 지역”이라며 “이곳에 공장을 짓는 것은 2차 재해를 불러오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건강권과 환경권·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며 사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전재홍 횡성군 우천면 의료폐기물 소각장 반대 대책위원장은 “청정 환경을 잃으면 축산업과 관광산업, 나아가 주민의 삶 자체가 타격을 입는다”며 “주민들은 생존을 걸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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