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장마철을 앞두고 임도 설계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기존 임도를 대상으로 구조 개량사업도 추진한다.
산림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안전임도 조성계획’을 수립했다고 4월28일 밝혔다.
본격적인 장마철 전에 전국 임도에 대해 안전 점검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응급 조치와 구조 개량에 나선다는 것이 계획의 뼈대다. 현재 3m로 규정된 간선·작업 임도의 너비를 5m까지 넓혀 산불진화임도로 상향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미 설치된 임도에 대해서는 매년 200㎞ 이상씩 구조 개량사업을 추진한다.
이번 계획은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마련됐다. 산림청에 따르면 2000·2010년대에는 시간당 50㎜ 이상의 이른바 ‘극한강우’ 발생 횟수가 각각 14·16회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24회로 급증한 데다 전체 강우량의 79%가 장마철에 집중돼 피해가 컸다.
극한강우로 인한 산사태를 예방하려면 임도를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됐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호남대학교 교수)은 “그동안 정책은 건설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던 탓에 임도의 성능은 부실한 상태”라며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유실 방지 설비를 갖추는 등 산사태 예방시설을 갖춘 임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산림청은 앞서 4월2일 임도의 안전성을 높이겠다면서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이를 통해 배수구·교량 등 임도 내 주요 구조물의 설계 기준을 상향했다. 특히 강우량 기준이 엄격해졌다. 종전에는 ‘100년 빈도 확률강우량’의 1.2배 수준이었는데, 앞으로는 최근 5년간의 극한강우를 반영해 산출한 강우량의 2배에 달하는 비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하게 했다.
안전한 임도를 설치하려면 적극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행정안전부의 재난 복구비 단가 기준을 보면 1㎞당 산불진화임도의 복구비는 3억5200만원, 농어촌도로는 12억1700만원으로 3.5배가량 차이가 났다.
두 도로의 건설 단가 격차도 작지 않다. 이학준 상지대학교 조경산림학과 교수는 “2024년 상반기 ‘나라장터’ 공고 기준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산불진화임도의 건설단가는 1㎞당 3억3400만원인 반면 농어촌도로는 7억3600만원이었다”며 “임도를 안전하게 설치하려면 안전 공법들을 적용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건설 단가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임도가 산사태를 유발할 수 있어 확충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녹색연합은 지난해 11월 보도자료를 통해 “집중호우로 큰 피해가 발생한 시기인 2020년엔 559회, 2023년 255회 등 전국 산지 임도에서 산사태가 다수 발생했다”면서 “무분별하게 건설한 임도가 오히려 산사태 원인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산림청 목재산업과 관계자는 “임도 때문에 산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극한강우가 잦아지면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이상기후로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임도를 적극적으로 관리해 재난·재해를 예방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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