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잖은 임차농들이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냉가슴을 앓고 있다. 지주 요구에 따라 임대차 계약 없이 영농하는 탓에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지 못하고, 결국에 외국인고용허가제 적용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적게는 두세 명, 대개 5∼10명을 연중 상시 고용해야 하는 시설원예농 중에서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지 못한 임차농들은 내국인 인력을 구하기도 쉽잖은 데다 외국인노동자를 합법적으로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늘 애를 태우고 있다.
직불금 등 각종 지원 혜택과 농지 소유에 따른 세금 문제로 일부 부재지주나 농업인 지주들이 농지임대차계약을 꺼리면서 임차농은 농업경영체 등록을 할 수 없는 상황.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직불금 혜택 등은 포기한다 해도 영농을 위한 일손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은 절망적이다.
농업경영체 등록 문제 때문에 농지를 빌리지 못하거나 임차료 상승 등 지주와의 불편한 관계를 원치 않는 임차농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임시방편으로 외국인노동자를 쓰다가 단속에 걸려 벌금 물리는 사례도 허다하다.
이들은 실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농업경영체 등록제가 진짜 농업인을 가려내는 제도가 아니라 농사짓지 않는 지주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며 실제 영농인이 정책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인력을 구하지 못할 때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비전문 외국인노동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외국인고용허가제 대상에 실제 영농인이 포함될 수 있도록 농림축산식품부가 법무부에 건의해야 한다며 △도매시장 출하대금 정산서나 △예전에 농업기술센터와 읍·면·동에서 발급해주던 ‘영농규모확인서’ 같은 증명을 통한 고용허가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경기도 고양시의 시설원예농 A 씨는 “고양지역은 시설원예농 중 70% 정도가 임차농으로, 다른 지역보다 임차농 비율이 높은 편” 이라며 “그 임차농 중에서도 상당수가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지 못해 속앓이하고 있다” 라고 말했다.
A 씨는 “요즘은 겨울에도 휴식기 없이 일하기에 1년 내내 일손이 필요한데, 내국인은 거의 없고, 그나마 중개인을 통해 외국인을 구하려 해도 제때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불법적으로) 외국인노동자를 연중 고용할 수밖에 없다” 라고 했다.
고양시의 원예농 B 씨는 “부재지주뿐 아니라 사오십 년 농사짓다 은퇴하신 농업인들도 농업경영체 등록을 해놓고 계약 없이 땅을 빌려주기에 실제 농사짓는 젊은 사람들은 정작 등록을 하지 못하기 일쑤” 라며 지원 혜택은 생각지도 않는데, 문제는 외국인고용허가제 대상에서 빠져 매번 인력난에 허덕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B 씨는 고용허가제 맹점 때문에 임차농들이 불법으로 내몰리고 있는데 정부는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단속에만 골몰하고 있다며“농가 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염탐꾼처럼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단속하는 야박한 공무원들을 매주 마주치는 일도 고욕”이라고 했다.
단속이 강화되면서 외국인노동자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하소연도 이어졌다. A 씨는 고양지역에서 단속이 심하다 보니 외국인노동자들은 자기들 연락망을 통해 상대적으로 단속이 적은 강원도 등지로 일자리를 옮겨가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지 못하고 농사짓는 농업인들은 단속 등 법적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라며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위해 정부의 유연한 대응과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근본적으로는 등록 농업경영체에 대한 전면 실사를 통해 실제 농업인을 위한 제도로 안착하도록 함으로써 불이익을 받는 농업인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A 씨는 “현실적으로 부재지주를 가려내는 일이 쉽잖다면, 임차농들이 영농하고 있음을 증명하거나 확인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라며 도매시장 출하대금 정산서를 통해 1억 원이든 1억5000만 원이든 영농매출 규모에 따라 고용인력수를 허용하도록 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B 씨는 현행 농업경영체 등록제 이전에 농업기술센터나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발급해주던 ‘영농규모확인서’ 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경우 등록 농업경영체와 실제 영농인의 정보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더 정교한 방안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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