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확한 농업경영정보, 정책을 움직이는 첫걸음
한국농어민신문 기고=강희중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남지원장 2025. 4. 22
농업은 여전히 자연과 함께하지만, 그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기술이 손을 보태고, 정보가 방향을 잡아주는 전통과 혁신이 함께하는 산업이다. 단순한 1차 산업을 넘어 스마트팜, 드론 방제, 자율주행 농기계 등 기술 융합으로 농업의 경계가 확장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농업 환경 속에서 놓쳐서는 안 될 핵심 하나가 바로 ‘정확한 농업정보’의 확보다. 누가, 어디서, 어떤 품목을 농사짓고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일은 모든 농정 정책의 출발점으로 아무리 좋은 정책과 기술이 나와도 기반이 되는 정보가 부정확하다면 현장을 제대로 지원할 수 없다.
정부는 2009년부터 농업인의 농업경영정보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맞춤형 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농업경영체 등록제도’를 시행해 왔다. 농업인의 인적정보, 농지 및 생산 정보 등 54개 정보를 등록하여 정책의 기초 자료로 활용하고 있으며, 농림축산식품부, 국세청을 비롯한 각 지자체 등에서는 490여 개의 사업과 농업경영체 등록 정보를 연계·활용하고 있다.
농업인은 공익직불 등 농업·농촌에 관련된 다양한 농업 지원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농업경영체를 등록하고, 재배품목, 재배면적, 필지 주소 등 중요한 사항이 변경된 경우 변경 등록의 의무가 있다. 그러나 바쁜 영농 활동과 인식 부족 등으로 제때 변경 등록을 하지 않아 실제와 다른 정보가 유지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실제와 다른 정보를 바탕으로 정책이 수립되거나 예산이 집행될 수도 있어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은 올해부터 정기 변경신고제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1월부터 3월까지는 마늘·양파 품목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4월부터 6월까지는 하계작물 변경신고 기간으로 정하고 전국적인 홍보활동을 통해 자발적인 변경 신고를 유도하고 있으며, 변경신고는 콜센터(1644-8778)·농업경영체 등록 온라인 서비스(agrix.go.kr)·방문·우편·팩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다. 농업인의 자발적 변경 신고를 통한 정확한 농업정보의 확보는 효과적인 농업정책 수립과 지원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농업 선진국들도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는데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미국은 농무부(USDA) 산하 경제조사국(ERS)을 통해 매년 농업현황조사(ARMS, Agricultural Resource Management Survey)를 실시 한다. 농업인에게는 응답의 의무가 있고, 농가의 생산실태·소득·경영방식 등을 상세히 파악해 농정의 핵심 통계로 활용하고 농업보조금 산정 등 주요 결정에 직접 반영한다. 유럽연합(EU)의 회원국들은 공동농업정책(CAP, Common Agricultural Policy)에 따라 정보를 관리하고 수집된 정보를 연계해 농가단위 직불제, 소농지원 등 보조금 지급 및 환경·식품안전 등의 기준 준수를 감독한다. 일본 또한 농림수산성 주관 농업경영체 등록제를 통해 매년 정기적인 갱신을 유도하며,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경영 승계, 지역특화 전략 등 구체적 현장 정책에 활용하는 등 정책 결정에 필요한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여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정확한 정보 없이는 정책도 방향을 잃는다. 농업경영정보 변경 사항에 대한 자발적 변경 신고는 우리 농업정책의 ‘나침반’을 바로 세우는 매우 중요한 핵심 과제로 농업인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농업인의 손끝에서 시작되는 작은 신고가 농정의 큰 변화를 이끄는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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