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집행률 절반도 못 미쳐
소극적 행정이 부진 사유
예산 이관까지 성과로 기록
계획 평가기준, 기금취지 어긋
농민신문 김소진 기자 2025. 4. 22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사업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낮은 집행률과 형식적인 예산 이관이 ‘성과’로 간주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다. 기금이 인구 유입,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평가체계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감소지역의 지방소멸대응기금(7104억원) 집행률은 31.9%(2268억원), 인구관심지역(364억원)은 41.2%(150억원)에 머물렀다.
송윤정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집행 부진 사유인 대상지 변경, 토지 보상 지연 등은 사전에 예상할 수 있는 전형적인 문제”라면서 “적극적인 행정이 이뤄졌다면 집행률을 높일 수 있었음에도 대응이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사업 취지를 반영할 평가 기준을 추가로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집행률 100%를 기록한 대구 군위군은 대구도시개발공사로 예산만 이관했을 뿐 실질적인 사업 진척은 저조했다.
반면 집행률 0%였던 전남 고흥군은 정부 예산 배정이 늦어지자 군비를 먼저 투입해 ‘스마트 영농(young農) 빌리지 조성’ 사업을 강행했다. 실제로 사업을 추진했지만, 집행률은 0%로 집계된 셈이다. 이에 따라 집행률 외에도 ‘인구 유입’ ‘고용 창출’ ‘지역 활력’ 등을 평가할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진다.
사업계획 평가 기준이 ‘지역 주도’라는 기금 취지와 어긋난다는 비판도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소멸대응기금 중점사업 세부 기준으로 ▲총사업비 200억원 이상 ▲사업 착수와 시행까지 총 소요기간 2∼3년 이내 등 조건을 제시하고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말 기준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편성한 세부사업(46만6235건) 가운데 총사업비가 200억원 이상인 사업은 0.78%(3658건)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조정교부금이나 기초연금 같은 현금성 복지사업으로 지역 개발과는 연관이 거의 없는 사업이었다.
송 책임연구원은 “상당수 기초지자체는 200억원 이상의 대형사업을 독립적으로 기획·집행할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집행률과 같은 단기적인 수치 관리보다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지역 전략을 설계·실행할 수 있도록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장기적으로 지방 재정분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처간 예산 칸막이로 지자체의 예산 운용 자율성에 제약이 있다는 문제가 배경이 됐다. 서세욱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국고보조금은 부처별로 일종의 꼬리표가 붙어 섞어쓰기 어렵다”며 “궁극적으로 국가위임사무를 철폐하고 세원을 이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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