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로 인한 생산량 감소, 이에 따른 농산물 가격 상승세가 사회 현안으로 대두되며 농산물 유통 개혁 필요성과 함께 도매시장법인 수익성 논란까지 도마 위에 오른 지 오래다. 이와 관련해 도매시장법인의 수수료를 제한·하향하는 관련 법 개정안 또한 국회에 산적해 있는 가운데 최근 지난해 도매시장법인의 영업이익이 공개돼 또 한 번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농산물의 과반 이상이 거래되는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5개 도매시장법인은 지난 2023년 사상 최초로 합계 순이익이 300억원을 넘긴 바 있다. 한편 올해 5개 법인 당기순이익 총합은 379억5990만원을 달성한 것으로 확인되며 이는 전년 319억5793만원과 비교해 18.8%나 오른 값이다.
특히 순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 법인은 대아청과(주)다. 배추·무 가격 상승에 따른 매출액 및 영업이익 증가와 단기금융상품평가이익 등 영업외수익 증가가 당기순이익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서울청과와 중앙청과도 전년(2023년) 대비 2024년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
또 당기순이익의 증감과 상관없이 지난해 가락시장 5개 법인의 매출액은 모두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거래금액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위탁수수료가 법인의 주요 매출액인 만큼 법인의 매출액 증가는 거래금액의 증가를 의미한다. 실제 지난해 서울청과와 중앙청과의 거래금액은 사상 최초로 1조원을 초과했는데 서울청과의 경우 거래물량이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음에도 거래금액이 약 6.7% 증가했고, 중앙청과는 거래물량 소폭 증가와 함께 거래금액이 약 5% 늘었다.
매출액과 거래금액 상승 기조에 따라 지난해 영업이익률 또한 전년 대비 증가세를 보였다. 최근 도매시장법인이 뭇매를 맞은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영업이익률 탓이 크다. 가락시장 5개 법인의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이 대개 20% 전후를 기록 중이기 때문인데, 이를 두고 도매시장법인 측에선 매출액(위탁수수료 수입)이 아닌 거래금액으로 영업이익률을 계산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하고 있다. 도매시장법인 측의 주장대로 영업이익률을 계산할 경우 가락시장 5개 법인의 영업이익률은 1% 내외를 기록하게 된다. 하지만 계산 방식을 구분하지 않더라도 동화청과를 제외한 4개 법인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전년(2023년 대비)보다 상승한 것으로 파악된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전년(2023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도매법인의 거래금액 증가 영향을 받아서다. 2023년 65억9700만원 수준이던 공사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92억4900만원으로 40.2%나 늘었고, 이는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시장사용료 및 임대료, 시설사용료 수익 등의 매출액 증가가 주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된다.
한편 지난해 유례를 찾을 수 없던 이상기후와 이로 인한 생산량 감소 및 상품성 저하 등 피해를 고스란히 겪어낸 농업계에선 농업계가 처한 어려움과 별개로 높은 당기순이익을 챙겨간 유통업계에 곱지 않은 평가를 내놓고 있다. 강순중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유통개혁에 줄기차게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정작 현장에선 개선된 점을 체감하기 어렵다. 농업계에선 기후위기의 여파로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농사를 지속하고 있는데 이와 상반되게 유통업계에선 여전히 수수료로 배를 불리는 실정이다”라며 “농산물 공정가격 수취 및 생산비 보장이 가능하도록, 새 정부에선 반드시 유통개혁이 실현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학계 및 유통전문가 대다수도 “생산량 증감, 가격 증감과 상관 없이 법인들의 매출액은 큰 편차를 보이지 않는다. 위탁수수료 상한 제한보다 시급한 건 평가 강화를 통한 도매법인 재지정 및 취소, 시장도매인 도입 및 중도매인 직접 수집 허용 등 거래제도 다변화를 통한 유통채널 간의 경쟁 촉진이다”라며 “현재의 유통구조를 대대적으로 바꿔내야만 농가 수취가격 제고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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