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남양주의 한 강둑에 무단으로 버려진 폐건축자재·생활쓰레기 등이 바람에 날려 강가로 흩어지고 있어 수질오염마저 우려되고 있다.
도시지역에 비해 수거 체계 열악
공동집하장 멀고, 수거 주기 길어
영농폐기물 부피 커 방치하거나
산불 위험에도 소각 행위 이어져
농협 지원나서지만 비용 부담 커
“정부·지자체 협력 예산 확보해야”
농민신문 포천·남양주·고양=오현식, 김난 기자 2025. 4. 20
영남권을 뒤흔든 최악의 산불에도 농촌지역의 불법 쓰레기 소각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주민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농촌지역의 열악한 쓰레기 처리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 고양에서는 영농회별로 설치된 영농폐기물 집하장의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사람들이 영농폐기물뿐 아니라 온갖 생활쓰레기를 집하장에 갖다 버려서다. 제때 수거되지 않고 장기간 방치돼 파리가 들끓고 악취가 나자 주민들의 요구로 폐쇄한 것이다.
남양주 강가와 들녘 곳곳에선 쌓여 있는 영농폐기물과 폐건축자재·생활쓰레기를 볼 수 있었다. 쓰레기 더미를 파헤치자 쾨쾨한 냄새가 코를 찌를 만큼 오래 방치된 듯했다. 일부는 바람에 날려 농경지와 강 둔치로 흩어져 개선이 시급해 보였다.
농촌지역에서 이같은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은 도시지역에 비해 쓰레기 수거 체계가 열악한 탓이다. 대부분 도시지역에선 쓰레기 문전 수거가 가능하고 주 3회 이상으로 수거 주기도 짧다.
하지만 농촌은 사정이 다르다. 주민들은 쓰레기를 버리려면 마을 공동 배출장까지 가야 하고, 마을에 배출장이 없으면 거점 집하장까지 나가야 한다. 수거 주기도 긴 데다 영농폐기물의 경우 지역에 따라 연 2회만 수거하기도 한다. 집하장이 있는 마을의 이장이 수거업자에게 연락하면 쓰레기를 가져가는 방식이 대부분인 데다, 관리자가 따로 없어 상시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경기 포천에서 벼를 재배하는 주학순씨(68)는 “영농폐기물 공동 집하장이 마을에 있지만 봄과 가을 두차례만 수거한다”면서 “영농폐기물은 수시로 발생하는 데다 빨리 썩기 때문에 제때 가져가지 않으면 집하장은 별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집하장이 없거나 거리가 너무 먼 것도 문제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공동 집하장은 전국에 1만550곳이 운영되고 있다. 전국 행정리가 3만7563개(2020년 농림어업총조사 기준)임을 감안하면 4곳 마을당 1곳에만 공동 집하장이 있는 셈이다.
경기지역의 한 농민은 “집하장까지 거리가 너무 멀어서 영농폐기물을 집 근처에 모아놨다가 한꺼번에 집하장으로 가져간다”면서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 썩어 악취까지 풍기니 이웃끼리 얼굴을 붉히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특히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지역에서 더 큰 문제가 된다. 집하장이 있는 곳까지 쓰레기를 옮기려면 이동수단이 필요한데 농촌지역 고령층 대부분은 차가 없어 운반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다. 게다가 부피가 크고 무거운 보온자재 등은 혼자서 옮길 수 없고, 운반을 위한 트럭도 필요하지만 고령농가에겐 언감생심이다. 쓰레기를 농로 가장자리에 쌓아 방치하거나 높아진 산불 위험에도 사람들 눈을 피해 태우는 일이 근절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역별로 농협들이 나서 영농폐기물 수거 지원사업을 벌이기도 하지만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박종보 남양주 화도농협 상무는 “해마다 영농폐기물 수거량이 늘고 있어 처리 비용 부담이 크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같은 상황 탓에 영농폐기물 등 농촌지역 쓰레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도 정비와 예산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정포 대구 군위군 부계면 동산1리 이장은 “우리 마을엔 쓰레기 배출장이 따로 없고 인근 공터를 활용하고 있는데, 비라도 오면 냄새가 나고 미관상 좋지 않다”며 “비가림막과 쓰레기를 종류별로 구분해서 버릴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고 상시 관리 인력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농협 관계자들은 “마을공동체나 영농회 등이 집하장을 관리·운영하도록 하고, 장려금이나 운영자금을 지원하면 영농폐기물·생활쓰레기 처리문제가 웬만큼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쓰레기 수거 체계를 개선해 효과를 거둔 사례도 있다. 충남 서산시는 지난해 새마을회 회원 130여명으로 구성된 ‘농촌쓰레기 수거활동반’을 출범했다. 이들은 읍·면·동별로 마을을 순회하며 쓰레기를 수거해 공동 집하장 등 차량이 진입할 수 있는 장소까지 운반해준다. 올해는 10회에 걸쳐 진행된다. 서산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효과적인 농촌폐기물 수거 방법을 고민하다 지역단체와 연계하는 방안을 찾게 됐다”면서 “주민들 만족도가 높은 만큼 앞으로도 사업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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