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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진보당 농민당, 전국먹거리연대, 이원택·문금주·전종덕 의원이 주최한 ‘쌀 의무수입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가 열렸다. 한승호 기자
신자유주의 무역질서 ‘흔들’
식량주권·농민권리 보편화
수입중단 환경 무르익었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2025. 4. 17
쌀 자급률 100%가 채 안되는 나라에서 쌀값이 해마다 폭락하고 농민은 재배면적 감축을 강요받는다. 원흉은 세계무역기구(WTO)가 설정한, 국내 생산량의 10%에 달하는 의무수입량(40만8700톤). 우리 정부가 극구 ‘거부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 의무수입량을 ‘거부해보기 위한’ 논의가 지난 15일 ‘쌀 의무수입 이대로 좋은가’ 국회토론회에서 전개됐다.
미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국제 통상환경은 격랑에 휩싸여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상황이 바뀌고 있지만 거대한 흐름은 신자유주의 무역질서의 균열, 자국보호·내수 중심 무역정책의 강화로 수렴된다. 미국의 완력 아래 자칫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는 위기지만, 정부의 의지·능력 여하에 따라서는 30년간 이어진 농업의 희생을 만회할 수 있는 호기이기도 하다.
통상 전문가인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발제에서 쌀 의무수입 중단 혹은 감축이 정부의 주장처럼 불가능한 게 아니라는 걸 강조했다. 우리 정부가 WTO에 조정을 신청하면 협상 절차가 시작되며 △금전보상 △농산물 타품목 또는 에너지·무기 등 대체양허 △공적개발원조(ODA) 등을 조건으로 쌀 의무수입량 조정을 협상해볼 수 있다.
이 교수는 “관변 연구소의 분석은 믿을 수 없다”며 인공지능(AI) 프로그램으로 도출한 재협상 시나리오를 몇 가지 들고 나왔다. 전술한 보상조건을 적절히 활용해 점진적으로 쌀 의무수입을 줄여 나간다면, 의무수입으로 인한 현재의 비용(수입비용, 물류·관리비용, 국내 쌀값 하락 효과 등)보다 많게는 매년 수천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교수는 “정부는 ‘협상을 하면 할수록 손해다. 그나마 지금이 제일 낫다’고 하는데 근거 없고 ‘감’에 의존한 얘기다. 실제로 변수를 넣어 설계해 보면 예산을 줄일 수 있다. 농정당국이 이를 국민과 타 부처들에게 보여주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들은 각자의 관점에서 쌀 의무수입 재협상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엄청나 전국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쌀 의무수입량 40만8700톤이 30년 전 당시의 국내소비량을 기준으로 설정된 만큼 소비량이 반토막난 현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는, 쌀 의무수입의 최대 쟁점을 다시 꺼내 들었다. 또한 의무수입량이 평소엔 국내 쌀시장을 왜곡시키면서 정작 식량위기가 발생한 해는 약속된 대로 들어오지 못하는 불합리함을 지적했다.
농민운동가 출신인 박형대 전남도의원은 기후위기를 맞아 국제적으로 식량주권·먹거리정의의 공감대가 높아진 만큼 민간 차원의 국제적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30년 신자유주의 무역질서에 저항하며 국제 농업시장 개방 지연에 기여해 온 한국의 농민단체들이 다시 한번 주도적으로 나서자고 제안했다.
토론회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홍기원 의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전종덕 의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했다. 홍기원 의원은 “시장개방을 줄이는 협상은 우리 정부가 먼저 나서야 하는데, 농식품부는 움직이고 싶어 하지 않고 통상교섭본부는 농식품부 뜻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방법은 국회가 움직이는 것이고 이를 위해 농민들이 국회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부탁했다.
전종덕 의원은 “아무리 국회가 문제제기를 해도 재배면적 감축, 농지 투기화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가 식량안보를 위한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리 없다”며 “결국 새 정부의 입장이 가장 중요하다. 새 정부가 농업을 국가산업이자 주권의 문제로 인식하게 하는 투쟁이 필요하고, 어쩔 수 없이 또 국민이 나서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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