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밀양 일대 과수원의 사과꽃 위에 눈이 쌓인 모습.
* 강원 평창 고랭지 산나물밭에 눈이 쌓이고 저온피해가 발생했다.
4월 눈·우박…농가 한숨 깊어
경기·충남지역, 배꽃 검게 타
착과율 평년대비 절반 밑돌듯
밀양·영주 등 사과꽃 얼어붙어
수정률 낮고 기형과 발생 우려
강원 노지산나물 수확 포기도
농민신문 천안·아산=김민지, 안성·평택=최상구, 밀양=이선호, 영주=유건연, 대구=김다정, 평창·삼척=이연경 기자 2025. 4. 16
12∼14일 지역에 따라 눈과 우박을 동반한 기온 저하로 배와 사과 등 과수는 물론 노지산나물에까지 저온피해가 발생했다. 앞서 3월29일 갑작스러운 추위 탓에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배 언피해가 발생했는데, 일주일 만에 또 저온피해가 나타난 것이다.
◆경기·충남 배, 경남·경북·대구 사과 피해=“꽃이 내 속처럼 검게 탔네요.”
충남 아산시 음봉면에서 13.2㏊(4만평) 규모로 배농사를 짓는 염철형씨(51)가 암술이 검게 타버린 배꽃을 보며 탄식했다. 12∼14일 지역에 따라 최저기온이 1℃까지 떨어지며 때 아닌 눈이 내리자 저온피해를 피할 수 없었다. 염씨는 “25년째 농사를 짓는데 4월에 눈이 쌓인 건 손에 꼽는다”며 “착과가 돼야 정확히 알 수 있겠으나 과원의 40% 이상이 저온피해를 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염씨는 “꽃가루값도 지난해보다 2배 정도 뛰었는데 조금이라도 수정률을 높이려면 계속 인공수분 작업을 해야만 하니 속이 더 탄다”고 한숨 쉬었다.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 16.5㏊(5만평) 규모의 과원에서 배를 재배하는 한규창씨(42)도 “밭자리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꽃의 60%가 타버렸다”며 “착과율이 평년 대비 절반 수준도 못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14일 기준 충남세종농협본부에 접수된 배 저온피해 건수는 천안과 아산에서 360여건이다.
경기에서도 배 저온피해가 확산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특히 지대가 낮아 꽃이 일찍 피기 시작한 안성시 공도읍과 평택시 비전1동·죽백동·청룡동·월곡동 등지에서 저온피해가 심각하다.
서안성농협이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배농사를 짓는 59농가 모두에서 저온피해가 일어났다. 평택시농업기술센터는 14일 예찰 결과 죽백·청룡·월곡동 배농가에서 저온피해가 30∼50% 나타나고, 다른 지역에서도 20∼30%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공도읍 신두리에서 4958㎡(1500평) 규모로 배농사를 짓는 정길진씨(79)는 “절반가량 핀 꽃은 모두 저온피해를 봤다”며 “나머지 꽃에 기대를 거는데 과일이 제대로 열릴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남 밀양과 대구에서는 사과에서 저온피해가 나타났다. 개화가 막 시작된 14일 새벽 기온이 떨어지고 지역에 따라 눈이 내리면서 꽃이 얼어붙은 것이다.
경북 영주시 풍기읍·순흥면에서도 사과와 배 피해가 발생했다.
밀양시 산내면 송백리에서 3만3058㎡(1만평) 규모로 사과농사를 짓는 안영규씨(56)는 “이맘때 눈이 온 평지를 뒤덮은 건 정말 드문 일”이라며 “암술과 씨방이 망가지면 수정이 잘 안되는 데다 설령 성공한다 해도 기형과가 될 가능성이 높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사과농가 이정포씨(64·대구 군위군)는 “보통 저온피해는 꽃이 핀 후에나 나타나는데 올해는 봉오리 상태일 때부터 심각한 수준”이라며 “올해도 수정률이 형편없을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농가들은 정확한 피해율은 착과가 마무리되는 5∼6월에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눈에 덮인 강원 노지산나물=강원 평창군 진부면 해발 700m 고랭지에서는 수확을 코앞에 둔 눈개승마·산마늘 등이 눈에 덮였다. 눈은 보온 효과가 있어 작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문제는 ‘녹은 눈’이었다. 1만3223㎡(4000평) 산지에서 산나물을 재배하는 농민 정해수씨(47·진부면 장전리)는 “눈이 녹아 작물의 잎에 수분이 남은 상태에서 기온이 갑자기 영하 5℃ 정도까지 떨어져 조직이 검게 얼어붙기 시작했다”며 “지금이 한창 출하시기지만 이 상태로는 상품가치가 전혀 없어 수확을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설명했다.
눈 피해는 평창군 내 다른 지역뿐 아니라 강원 강릉에서도 발생했다.
19∼20일 ‘도계 눈꽃 두릅 축제’를 준비 중이던 강원 삼척시 도계읍 두릅농가들도 비상이 걸렸다. 김성태 도계농협 조합장은 “예년 같으면 늦어도 14일부터 수확을 시작해 축제에 필요한 물량이 확보되는데, 저온현상 탓에 두릅싹이 올라오질 않는다”고 걱정했다.
|
[경향신문] 이상기후에 농수산물 생산 줄어 가격 상승…기후플레이션 심화 
[농민신문] 정부 소극적 처사에 ‘퇴비산업’ 위축 우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