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경상남도 창녕군 남지읍에 위치한 남지농협 저온저장고 앞. 새벽부터 무 박스를 실은 트럭들이 분주하게 오갔다. 이곳 저온저장고에는 지난해 9월 제주도에서 파종해 혹독한 겨울을 보낸 월동무가 입고를 기다리고 있다.
오전 11시. 이곳에 들어오는 월동무는 5톤 차량 5대 분량. 초록색 옷을 입은 매끈한 무들이 차곡차곡 박스에 담겨 이동했다. 이곳에 저장된 월동무는 4월 말부터 6월 초 사이, 가락동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매시장에 출하돼 소비자 식탁으로 향한다.
농산물이 저온저장고에 입고되는 일도 간단치 않다. 노하우가 없으면 감모율이 높아지고, 심하면 폐기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파렛트에 적재돼 저장고에 들어오면 재작업이 필요하다. 박스 사이사이 냉기가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공간을 띄워 쌓아야 해서다. 창고마다 저장 온도 정보는 영업기밀에 부칠 정도로 유통인들은 온도에 민감하다. 때문에 정보 교환도 쉽지 않다.
수십 년간 월동무 전수조사를 해 온 대아청과는 산지와 창고 관리인을 네트워크화해 수시로 정보를 교환한다. 이는 수십 년간 대아청과가 쌓아온 자산이다. 현장에서 무 상태를 확인하고 이를 데이터화하는 데 소요되는 무형의 비용은 돈으로 환산조차 불가능하다.
이날 무 전수조사 현장에는 대아청과의 김찬겸 차장과 박경지 대리가 나섰다. 월동무 전수조사를 위해 박스 하나를 내리고 열어젖히자 최상품 무가 자태를 드러냈다. 무 한 덩이를 칼로 두 동강 내자 허연 속살이 드러났다. 한입 베어 물자 달짝지근한 맛과 무 특유의 알싸한 향기가 혀와 코를 감쌌다. “달다, 달아. 무 농사 잘하셨네.” 외형도 이 정도면 도매시장에서 합격점이다.
제주 월동무를 단순 지역 농산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제주는 국내 무 시장을 최소 5개월 책임지고 있는 채소 전략 지역이기도 하다. 월동무는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계절 작물로, 제주 동부지역인 성산읍, 구좌읍, 표선면(세척무)과 제주 서부지역인 대정읍, 한경면이 주산지다.
기후변화도 월동무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박일식 제주 농민은 최근 기후변화가 월동무 생산량 감소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정상적이면 평당 1.3박스 정도 나오는데, 올해는 평당 1박스도 안 나왔다”면서 “세척 시 폐기하는 양도 많다. 작황이 급감하면서 저장용 무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보통 9월 말까지 파종을 마쳐야 안정적인 수확이 가능한데, 지난해 가을엔 ‘역대급 태풍’이 올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파종을 미루다 재파종에 들어간 농가도 많았다.
경남 창녕군 이방면의 또 다른 저온저장고. 이곳을 운영하는 노창효 동광농산 대표는 최근 무 동향에 대해 “올해는 2만7000박스 정도만 저장됐다”며 “작년 4만5000박스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는 중후반 사이즈 위주로 작황이 형성돼 예년에 비해 소형 무 비율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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