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 휴업제가 전통시장 등 오프라인 시장 전반의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5일 한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제연구원은 2022년 농촌진흥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 1500가구의 일평균 전통시장 식료품 구매액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기준 610만원으로, 오히려 대형마트가 영업하는 일요일(630만원)보다 20만원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반면 온라인몰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식료품 구매액이 평균 8770만원으로 대형마트가 영업하는 일요일(약 8640만원)보다 130만원 더 많았다. 슈퍼마켓도 대형마트가 영업하는 일요일(약 1810만원)보다 대형마트 휴업일(약 1920만원)에 구매액이 더 많았다.
유민희 한경연 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은 대형마트가 문을 닫더라도 온라인 구매를 이용하거나 다른 날에 미리 구매하는 것을 선택한다”며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경쟁 관계가 아닌 보완적 유통채널의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통계에서도 온라인몰로의 소비 쏠림 현상은 뚜렷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기준 전통시장 식료품 구매액은 2015년 1370만원에서 2022년 610만원으로 55% 감소했다. 슈퍼마켓 구매액 역시 3840만원에서 1920만원으로 50%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온라인몰 구매액은 180만원에서 8770만원으로 약 49배 증가했다.
유 연구위원은 “의무휴업 정책의 효과가 미미하다면 과감하게 개선하거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온라인·대형마트·전통시장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유통 생태계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제도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대형마트 근로자들의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 2012년 도입됐다. 당시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한 달에 2회(통상 둘째·넷째주 일요일) 의무적으로 쉬어야 한다.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 제한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한다.
비슷한 해외 국가 사례로는 독일과 영국·캐나다 등이 종교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의 일요일 영업을 제한한 적이 있으나, 우리나라처럼 점포 규모에 따라 차별적으로 규제한 사례는 드물다. 일본도 유사한 제도를 도입했다가 소비자 불편과 실효성 부족 등을 이유로 2000년 폐지했다.
우리나라도 최근에는 주말 대신 평일에 쉬는 대형마트가 늘고 있다. 4월 기준 전국 229개 지자체 중 서울 중구·동대문구 등 76개 지자체(약 34%)가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했거나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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