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무역 상대국에 부과한 상호관세 여파로 전세계 농식품 교역이 최대 4.7%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국제 농산물 공급망 재편이 예견되는 가운데 미국의 농가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중국과 협상을 요구하는 등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는 최근 ‘상호관세가 농업무역에 어떻게 해를 끼치는가’라는 연구 보고서에서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IFPRI는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농산물 무역이 큰 타격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역사적으로 농업은 무역정책, 보복관세 등 급격한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왔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는 가격변동성을 심화시키고 세계 식량시스템에 장기적인 불확실성을 가져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IFPRI는 일반균형모형을 활용해 미국 관세로 인한 농업무역 패턴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미국의 관세 인상은 전세계 농식품 무역을 기준치보다 3.3%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됐다. 각국이 미국에 대해 보복 조치에 나설 경우 감소폭은 4.7%까지 커질 것으로 예측됐다. 보복 조치 시나리오에서 육류와 유제품 교역은 각각 5.0%·3.8% 감소해 타격이 컸고, 과일·채소 등 신선제품 교역도 4.1% 줄 것으로 전망됐다.
IFPRI는 이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농업이 1차적으로 피해를 보고, 농산물 공급망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미국이 중국 등의 국가로부터 무역장벽에 직면하면 브라질·아르헨티나·유럽연합(EU) 등이 콩·옥수수·쇠고기 등 핵심 농산물시장에서 공백을 메우려 나서 세계 농업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영구적으로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국이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125%까지 높이자 미국 농업계에선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0일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을 잃는 것은 공화당 지지 주(州) 농업종사자들에게 심각한 경제적 타격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인 2018∼2019년 벌어진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 농가에 수십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케일럽 래글랜드 미국대두협회(ASA) 회장은 최근 성명을 내고 “우리는 여전히 1차 무역전쟁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2차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는 것은 전혀 달갑지 않다”며 “행정부와 중국이 서로 전쟁을 중단하고 시장을 보존할 수 있는 무역협정을 추진해달라”고 요청했다.
일각에선 이같은 무역전쟁의 여파로 옥수수·콩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한국 농업계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국사료협회 관계자는 “(미국 농산물의)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 미국 내 재고가 쌓이면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며 “환율 등의 문제가 있지만 사료값에 대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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