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이달 초 개편한 물류기기공동이용사업이 개악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남 해남군 화원면 매월리의 한 공터에서 인부들이 배추 팰릿 출하 작업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원 대상 물량 확대했으나
국비 지원 40%에서 10%로
20% 추가 보조도 없애버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25. 4. 13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달 초 물류기기공동이용사업 ‘개편’을 강행했다. 엄청난 성과인 양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졸속’ 개편과 ‘개악’이라는 지적을 맞닥뜨리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번 사업 개편을 통해 제한적이던 지원 물량을 희망 전량으로 확대했지만 40%던 국고 지원을 10% 국고 지원과 20% 지자체 지원으로 바꿨다. 이에 자부담은 60%에서 70%가 됐고, 지원방식 또한 정산 확인 후 보조금을 출하조직에게 추후 지급하는 구조로 변경해 사업 대상자들의 부담은 이전보다 심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물류기기공동이용사업은 농민·농업법인·산지유통인 등의 출하조직이 물류기기 공급업체(풀회사)로부터 팰릿, 플라스틱상자(P박스), 다단식 목재상자 등의 물류기기를 임차 사용할 경우 임차비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동안 정부는 전체 이용 물량의 30%에 한해 이용단가를 정한 뒤 단가의 40%를 지원했고, 나머지 물량 70%에 대해선 출하조직과 풀회사가 개별적으로 임차 물량 등을 근거로 단가를 계약해 왔다. 이에 지원사업 적용 여부에 따라 이용단가가 달라지는 이원적 구조와 제한적인 지원 물량 등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이미 지난해엔 물류기기공동이용지원 총 사업비가 전년 517억8000만원(국비 208억800만원)에서 302억7000만원(국비 120억4400만원)으로 감소해 산지 출하조직의 물류기기 이용 부담이 증가된 바 있다.
이번 개편에 가장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사업 대상자는 지역을 옮겨 다니며 거래하는 산지유통인들이다. 지자체 보조가 사업에 포함되며 지역 이동 시 지원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큰 상황이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국비와 지방비 매칭사업이 되다 보니 지자체 예산 상황과 담당자 등에 따라 잡음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또 작목과 작기에 맞춰 여러 지역의 포전을 관리하고 출하하는 유통인 입장에서 지역마다 관련 서류를 떼고 필지마다 계약서 등을 전부 챙겨야 하는 것도 상당한 고충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이어 이 사무총장은 “뿐만 아니라 100%를 전부 납부한 뒤 추후 30%를 환급받도록 지원방식까지 변경됨에 따라 물류기기 사용 시 재정적 부담이 상당해졌다. 의견 수렴 절차를 몇 번 갖긴 했는데 이미 다 짜여진 판을 설명하는 수준이다 보니 따라가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사업 개편이 4월에 이뤄진 까닭에 지자체 예산 편성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지만, 농식품부 관계자에 따르면 사업 대상지인 156개 지자체에선 현재 예산 확보가 완료된 상태다. 아울러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특히 산지유통인들의 우려가 많은 것으로 아는데 산지유통인의 경우 표준계약서 내 포전 주소에 따라 지자체 지원이 가능하다. 관련 내용에 대해 지자체와 협의를 마친 상태다”라며 “전체 사업 대상자 중 비중이 7%밖에 안 되지만 지원사업이 원활히 추진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내년부터 산지유통인에 한해 지자체 매칭이 아니라 국비 30% 지원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사업 개편 직후 내년 사업 추진 계획을 수정한 셈이다.
농식품부는 이번 사업 개편을 통해 지원사업 대상 물량이 30%에서 100%로 늘어난 데다 물류기기 이용물량과 이용가격 단가 공시가 이뤄져 물류기기 임대비용을 최대 47%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이에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해까지 공영도매시장 팰릿 출하 시 국고를 20% 추가 지원했지만, 이번 개편으로 온라인도매시장 출하 시에만 국고 20% 추가 지원이 이뤄져서다. 아울러 이마저도 ‘예산 한도 내’라는 단서조항이 붙은 상황으로, 올해 배정한 예산이 전량 소진된다면 추가 지원은 아예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에 현장에선 물류기기 이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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