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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3차 한·일·중 경제통상장관회의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과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상(왼쪽),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90일 유예, 각국 협상 열어둬
GMO·PLS 등 제도개선 ‘압박’
중국 농산물 추가개방 우려도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2025. 4. 11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방안으로 내건 ‘상호관세’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한국도 25% 상호관세 부담을 비롯해 국내 농업분야 위생검역 조치인 비관세장벽 압박 공세가 예상된다. 또 미국발 관세 폭탄에 한·중·일 3국 협력 체계가 강화되면서 그 일환으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도 부상하고 있다. 이는 일본과 FTA가 새로 체결되는 일이자 중국산 농산물 추가 개방 우려까지 더해지는, 농업계로선 연이은 악재다.
# 트럼프식 계산, 상호관세
미국은 지난 5일부터 185개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기본관세 10%를 부과했다. 이어 9일부터 60개 나라에 상호관세를 적용키로 했다가 90일 유예했다. 상호관세는 트럼프식 관세 계산법으로, 관세·비관세장벽·부가세 등을 고려해 미국이 계산한 각 국가 대미 관세율의 50%를 의미한다.
미국이 확정한 주요국의 상호관세율은 중국 34%(보복관세 포함 145%), 일본 24%, 유럽연합 20%, 한국 25% 등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8일 국회에 제출한 설명자료에 따르면, 상호관세 계산은 ‘상품 무역적자(미국의 수입액-미국의 수출액)÷미국의 수입액÷2’이며,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 662억달러, 미국의 수입액 1315억달러를 대입하면 25%가 된다. 지난 2012년 한-미 FTA가 발효돼 한미 양국 수출품들의 평균 관세율이 0 수준이지만, 이번 상호관세 조치로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제품에만 25% 관세가 붙는다.
# 과자·라면 등 식품 수출 ‘부담’
우리 농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혜련 농식품부 국제협력관은 “신선 농산물의 경우 대미 배 수출이 다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물량도 적고 꾸준히 나간 것도 아닌 상황”이라고 조심스레 전했다. 식품 수출에선 부정적 영향이 예견된다. 정혜련 국제협력관은 “수출하는 식품에는 25% 상호관세가 적용돼 미국 내 소비자가격이 인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푸드 열풍으로 2024년에 2023년보다 20% 이상 대미 농식품 수출액이 늘었다. 올해 1분기 미국에 가장 많이 수출된 한국 농식품은 과자류 그다음이 라면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8일 농식품업체들과 수출관련 대책회의를 진행하면서 수출기업 원료 구매자금 추가 지원, 농식품 수출바우처 및 수출보험 확대를 검토하기로 했다. 상호관세가 한국만 매겨진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유사 제품 가격이 동반 상승한다는 점에서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 농업 비관세장벽도 ‘허물라’ 압박
한국은 FTA로 모든 농산물이 개방됐고 관세도 2026년이면 미국산 소고기까지 모두 사라진다. 농산물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는 비관세장벽이 유일하다. 정혜련 국제협력관은 “정부의 기본입장은 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 해 대응하겠다”며 비관세장벽과 관련된 변화된 지형은 현재로선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매년 3월 말 미국 무역대표부가 발간하는 ‘무역장벽 보고서’에는 우리나라의 유전자변형생물체(GMO), 농약허용물질목록(PLS) 등의 안전성 관련 제도의 개선을 꾸준히 촉구 중이며, 위생 및 식물검역(SPS) 관련 승인절차의 신속성도 주문하고 있다. SPS로 수입이 막혀있는 미국산 농산물은 사과·배·딸기·캘리포니아산 핵과류 등이다.
정부에선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폭주가 국내 비관세장벽에 더욱 강한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규호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사과·배 뿐 아니라 캘리포니아가 주력하고 있다는 만다린(감귤류) 수입 등이 우려스럽다”면서 또 “LMO 수입도 걱정되는 분야”라고 지적했다.
현재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즉각 대응보다 협상을 시도하고 있고, 트럼프 정부도 국가별 맞춤형 협상 의사를 밝히고 있는 가운데 상호관세 협상에 미국 수출업체들이 수년간 두드려온 비관세장벽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 또 하나의 복병, 한·중·일 FTA
공급망 확보 차원에서 한·중·일 3국의 공조 가능성도 높아졌다. 실제 지난달 30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를 열고 “WTO(세계무역기구) 기능 회복과 역할 강화를 위한 3국 간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글로벌 교역·투자 환경을 조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중·일 FTA 협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김규호 조사관은 “외교, 안보 등 여러 면에서 동아시아가 이해관계를 같이 할 필요가 있다. 농업만 놓고 보면 한·중·일 자유무역 수준이 더 높아질 수 있고, 협상 과정에서 위협적인 시장개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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