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9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립대만대학교 등과 ‘글로벌 농업 환경 변화 속 농업 정책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한두봉 농경연 원장(앞줄 왼쪽에서 7번째)과 헝하오창 국립대만대 학과장(앞줄 왼쪽에서 8번째) 등 주요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본격적인 컨퍼런스 시작에 앞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KREI-NTU 공동컨퍼런스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25. 4. 11
기후위기, 식량안보, 글로벌 무역 불안 등으로 국내외 농업·농촌 환경이 갈수록 척박해지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 논의의 장이 서울에서 마련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지난 9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립대만대학교(NTU), 대만 중화경제연구원(CIER)과 공동으로 ‘글로벌 농업 환경 변화 속 농업 정책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제2회 KREI-NTU 공동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엔 KREI를 비롯한 국내외 농업 전문가들이 참석해, 농업이 직면한 위기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모색했다. 특히 △농가 소득 안정망 구축 △기후위기와 식량안보 강화 △농업 통상 전략 등의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 농가 소득안전망 구축 재해보상제도 등 마련했지만 정책 실효성·포용성 한계
각국이 직불제와 재해보상제도 등 농가 소득 안전망을 위한 여러 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정책의 실효성과 포용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웨이 민팡 국립대만대 교수는 “대만은 직불제와 재해보상제도를 통해 농가의 소득 불안정에 대응하고 있으나, 이는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하며 구조적 개선이나 장기적 생산성 향상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직불제는 일시적인 수입 손실 보전에는 효과적이지만, 기술 혁신이나 경영 효율성 제고 등 근본적인 변화까지 유도하기는 어렵고, 재해보상제도 역시 기후위기와 같은 장기적 리스크에는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행 소득보장 제도는 일정 규모 이상의 상업농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어, 소규모 가족농이나 고령 농민들에겐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줄 수 있다”며 “지속 가능성, 환경 보전, 사회적 포용을 포괄하는 통합적 목표를 소득 보장 정책의 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 이는 결국 농업·농촌 사회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캐나다 역시 농업 소득 보장을 위한 여러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구조적인 한계가 존재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유나 리 캐나다 겔프대 교수는 캐나다의 ‘사업위험관리(BRM, Business Risk Management)’ 제도를 소개하며, “이 제도는 농가 소득 안전망으로 기능해 왔지만 최근 변화하는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BRM은 수익 하락 보전, 유동성 대비 프로그램, 재해보험, 긴급 지원 등으로 구성돼 있으나, 제도 간 연계성이 부족하고 보상 기준이 과거 평균 수익에 기반해 있어 현재의 생산비 증가나 가격 변동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참여 요건과 행정 절차가 복잡해 청년농이나 소규모 농가에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나 리 교수는 “중복 제도를 정비하고, 디지털 기반 농장 관리 시스템과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실제 손실과 위험 요인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청년·여성·고령 농민 등 다양한 주체가 정책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포용성을 정책 설계의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후위기·식량안보 강화 기상서비스-농업정책 연계, 농업시스템 전환 필요성 공감
심화되는 기후위기와 그에 따른 식량안보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기상 서비스와 농업 정책 간의 연계 강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팡이 웬 대만중화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후 변화는 세계 농업이 직면한 가장 중대한 도전 중 하나이며, 특히 태풍, 집중호우, 가뭄 등 자연재해에 자주 노출되는 대만과 같은 지역에서는 기상 리스크 대비가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대만 정부는 농업 부문과 기상 기관 간의 연계를 강화해 보다 정교하고 실질적인 정책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작물 보험료 차등 적용, 직불금 조건 조정 등에 기상 데이터를 주요 정책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정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후 변화는 단순한 환경 이슈를 넘어 우리의 식탁과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로 이에 대응하기 위한 농업 시스템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전제하며 정책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작물 품종의 개량과 재배 다변화가 필요하며, 기후 스트레스에 강하고 영양소 함량이 높은 품종을 개발·보급하고, 센서 기반의 양분 진단 및 맞춤형 비료 관리 기술을 도입해 작물 상태에 따라 효율적인 영양 관리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단순한 생산량 중심에서 벗어나 식품의 질과 영양 가치를 반영한 정책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농업무역 농산물이 보복관세 재물 돼···전략적 비축 등 안정장치 필요
카린 우 국립대만대 교수는 “2018년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은 단순한 양국 간 관세 갈등을 넘어, 글로벌 농업 공급망과 시장 구조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며 “농산물이 보복 관세의 주요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적 갈등이 농업에 얼마나 직접적이고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위기 대응형 무역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공급망 다변화, 전략적 비축 정책 강화, 무역 의존도 높은 품목에 대한 구조적 분산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아르노 페티 국제곡물협회(IGC) 사무총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났고, 기후변화에 따른 수급 불안과 국제 가격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며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해지면서, 각국에선 자국 식량안보를 이유로 수출입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이는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응 방안으로 “국제기구 간 협력 체계를 강화해 곡물 시장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하며, 무역 규범의 일관성과 다자주의도 복원해야 한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일수록 국제 협력과 지속 가능성에 기반한 접근이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두봉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은 이번 컨퍼런스와 관련해 “오늘날 농업 분야는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받고 있으며, 전 세계 농업인들은 무역 정책의 변화, 이상기후, 소득 불안정 등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러한 변화는 불확실성을 불러오지만 동시에 새로운 사고와 더 나은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며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국가 간의 경험을 공유하며 농업 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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