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은 그 대상이 51∼70세여서, 가장 비중이 높은 71세 이상은 혜택에서 제외된다.
* 마을을 순회하는 마을 주치의 제도 도입 공약은 큰 기대를 모았지만, 정부 출범과 동시에 사실상 폐기됐다.
<1부> 윤석열 정부 3년 농정 평가
③ 시늉만 낸 농업정책 3가지
한국농어민신문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2025. 4. 9
① 농식품바우처
필요 예산의 6%만 확보···시범사업보다 못한 용두사미
취약계층 먹거리 지원 내세웠지만
예산 축소로 지원범위 줄여
초등돌봄 과일간식 등도 사라져
정부가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다가 평가가 좋아 본사업으로 전환했지만, 예산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지원 대상이 줄고 사업효과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다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선정돼 올해부터 전국으로 확대된 농식품 바우처 사업이 대표적이다.
농식품 바우처사업이란 취약계층의 균형 있는 식품 섭취와 국산 농산물의 소비기반 확충을 위해 신선 농산물 구매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바우처 이용가구는 농식품 바우처 카드로 지정된 국산 채소, 과일, 육류, 흰우유, 잡곡, 두부류를 구입할 수 있다.
문제는 농식품부가 전국 단위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당초 필요 예산보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을 반영, 대상 가구가 시범사업보다 축소됐다는 점이다. 농식품부는 기획재정부에 사업 예산으로 1조2765억원(국비 6000억원)을 제시했지만, 올해 예산은 지난해 148억원에서 올해 381억원으로 늘어나, 국비 기준 필요 예산의 6%만 확보됐다.
정부는 시범사업 대비 지원금액을 4인 가구 기준 월 8만원에서 10만원으로 늘리고 기간을 6개월에서 10개월로 확대, 취약계층 먹거리를 더욱 두텁게 지원한다고 했으나, 오히려 사업범위는 축소됐다. 당초 농식품부는 중위소득 50% 이하 214만 가구를 지원 대상으로 하려 했지만, 예산이 턱없이 줄면서 중위소득 32% 이하 가구(생활급여 수급) 가운데 임산부, 영유아, 초·중·고 학생이 있는 8만7000 가구로 지원 범위를 좁혔다. 이는 지난해 24개 시·군·구의 9만7000가구를 대상으로 시행한 시범사업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예산이 축소되면서 기초생활수급 가구의 32.2%를 차지하는 ‘노인 포함 가구’와 13.8%를 차지하는 ‘장애인 포함 가구’가 배제됐다. 국정과제로 내세운 본사업화는 시범사업보다 못한 결과를 보이며 취약계층을 두텁게 지원한다는 취지에도 역행하는 꼴이 됐다.
뿐만 아니다. 정부는 2023년 중단했던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과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을 바우처에 포함해 먹거리 지원사업을 통합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두 사업은 사라졌다.
②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71세 이상은 혜택 못받아···고령화 농촌 현실 외면
예산 제약에 51∼70세만 대상
여성농민 100만명 넘는데
대상자는 고작 5만명 ‘생색만’
예산 부족으로 대상자가 좁혀진 사업은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도 마찬가지다. 여성농 특수검진은 근골격계, 심혈관계, 골절·손상위험도, 폐기능, 농약중독 총 5개 영역 10개 항목의 검진을 진행하며, 비용의 90%를 지원한다. 2020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이 사업은 2023년 18개 시·군 9000명에서 2024년 50개 시·군 3만명으로 확대된 데 이어 올해 전국 150개 시·군·구 5만 명으로 늘었다.
이 사업은 농작업으로 농부병에 취약한 여성농들에게 요긴한 정책이지만, 예산 제약으로 인해 검진 대상이 좁혀져 있다는 게 허점이다. 즉 검진 대상이 51∼70세 여성농으로 정해져 71세 이상은 혜택에서 제외되는게 문제다.
전체 여성농 중 70세 이상이 40만명(37.6%)으로 가장 많은데, 가장 많은 계층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농촌 고령화 현실을 고려하면 70대 이상을 제외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또 대상자 5만 명은 2023년을 기준으로 여성농이 106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검진이 2년 주기이고, 수검율을 50%만 적용해도 연간 15만 명은 돼야 한다는 요구가 있지만, 여전히 예산 확보는 부진하다.
③ 이동형 방문 진료 확대
마을주치의 공약, 정부 출범과 동시에 ‘사실상 폐기’
120대 국정과제에 언급 안돼
농촌 왕진버스 내세웠지만
정기 방문·진료 활동과는 거리
대선 후보시절 윤 후보는 ‘마을을 순회하는 마을 주치의 제도 도입, 이동형 방문 진료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마을주치의 공약은 윤석열 정부 5대 대선공약 중 4번째로 공익직불금 5조원 공약과 함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2022년 7월 발표된 120대 국정과제에는 마을주치의 제도는 언급되지 않고 ‘농어촌 지역 등 일차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 활성화(복지부)’라는 내용이 들어갔다. 마을주치의 공약은 정부 출범과 동시에 사실상 폐기된 것이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는 “의료 주무부처인 복지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의료인력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장기적 검토가 필요한 사업이라고 판단, 보다 실현 가능한 복지부의 일차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 활성화로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또 농촌의료 접근성을 보완하기 위해 농촌 왕진버스 사업을 2024년부터 도입 운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마을주치의 제도와 일차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은 사업 성격과 내용이 엄연히 다른 것이다. 마을주치의란 정기적으로 농촌 마을을 찾아 주민을 진료하고 질병 예방 활동을 하는 개념이다. 반면 일차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부터 시행 중인 사업으로 마비, 수술직후, 말기질환, 신경계 퇴행성 질환, 욕창 및 궤양 등으로 보행이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농촌 왕진버스 사업도 의료가 취약한 농촌 마을에 강당·체육관 등 임시진료실을 마련하고, 고령자·취약계층 등 주민들에게 시간대별 마을 이동순회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마을주치의 제도와는 거리가 있다.
# 물 건너간 공익직불금 5조원 확대 공약
처음부터 재정계획 불분명···3년 내내 논란
'~2029'' 기본계획안에도
연도별 목표·재원조달 계획 안 담겨
국회서 야당 의원 질타 이어지자
정부 "수입안정보험도 포함" 해명
윤석열 정부 1호 대선공약인 ‘공익직불제 5조원’ 공약은 농민들의 최대 관심사였고, 그 내용과 예산 편성은 주목 대상이었다. 윤 후보는 선거 때 공익직불제 예산이 2조4000억원에 불과하다며 공익직불제 취지를 살리기 위해 농업직불금 예산을 5조원으로 2배 확충하고 선택형 직불제 도입 및 예산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는 고령중소농 농지이양 은퇴직불금 월 50만원 최대 10년 지급, 청년농 직불, 식량안보직불, 탄소중립직불, 조건불리직불 등을 도입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하지만 공익직불제 5조원 공약은 처음부터 재정계획이 불분명했다. 정부는 그동안 예산을 늘려가긴 했지만 현 정부 임기인 2027년까지 5조원을 달성하기 위한 규모에는 턱없이 부족해 ‘과연 목표 달성이 가능하겠냐’는 의문이 3년간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말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2029 제1차 공익직불제 기본계획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공약 이행이 물 건너가는 듯한 정황이 드러났다. 농식품부 계획엔 2029년까지 농가당 공익직불금 지급액을 350만원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만 들어 있고 연도별 목표와 재원 조달 계획은 담기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지급액 350만원을 100만 농가에 적용하면 3조5000억원, 지난해 기본형 공익직불금 수급자 128만명을 적용하면 4조5000억원에 그친다. 5조원 목표에는 5000억원~1조5000억원이모자라는 것이다. 의원들은 중기재정계획을 보면 2026년 3조6500억원, 2027년 4조41억원으로 5조원에 훨씬 못 미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공약 이행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농식품부는 ‘직불금 5조원은 공익직불금만이 아니라 수입안정보험 같은 직불성 예산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의 주장은 그동안 당연히 공익직불금을 5조로 늘린다고 이해하던 통념과 배치되는 것이다. 대선공약은 분명 공익직불제 예산이 2조4000억원에 불과하다며 공익직불제 취지를 살리기 위해 농업직불금 예산을 5조원으로 확충하겠는 것이었다. 토론회나 보고서 등 각종 공익직불 관련 논의도 당연히 공익직불금 5조원을 전제로 이뤄져 왔다.
수입안정보험은 직불제가 아니라 보험인데, 이제 와서 수입안정보험 같은 예산을 5조원에 포함시키겠다는 농식품부의 주장은 5조원 공약이 물 건너가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사태로 탄핵되고 파면되면서 윤석열 정부 농정 3년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기후 위기와 생산비 폭등, 농산물 가격 불안정이라는 겹겹의 위기 상황에서 농정의 근본적 개혁은 시급한 과제다. 농업의 가치를 중시하고, 농가가 지속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농산물의 적정가격을 보장하고, 각종 경영위험에 대비한 경영안정 장치를 마련하는 일은 이제 차기 정부의 몫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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