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민선 고창 성내스테비아 수박작목회장이 지난 8일 다음 달이면 출하하게 될 수박을 둘러보고 있다.
팰릿 출하 물류비 지원 “생색내기 수준에 그쳐”
‘지원 강화 및 근본적 가격결정 구조 개선’ 필요
한국농정신문 이대종 기자 2025. 4. 11
‘수박 팰릿 출하 전면 의무화’를 두고 출하를 앞둔 수박 농가의 근심이 늘고 있다. 수박 팰릿 출하 의무가 서울 가락시장을 넘어 강서시장으로까지 전면 확대되는 데 따른 것이다.
가락시장과 달리 다양한 유통 주체들이 공존하는 강서시장에서는 그간 벌크(바라)출하가 허용됐는데 이 시장이 사라지게 됐다. 이에 따라 여건상 팰릿 출하가 불가능하거나 여의치 않은 수박 생산 농민들은 아예 수박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리게 됐다는 것이다. 오직 가족노동에 의존한 영세 소규모 수박 농가들이 이에 해당한다.
수박 농사에 이골이 난 일정 규모 이상의 농가도 작황 부진 등 여러 변수로 팰릿 출하가 불가능할 경우 수박을 출하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전북 고창군의 송민선 성내스테비아 수박작목회장은 “지금 추세로 보면 팰릿 출하 의무는 머지않아 지방의 주요 농산물 시장으로까지 확대될 것”이라 전망하며 암담해 했다.
더 근본 문제는 수박 팰릿 출하가 오직 가락시장 중심의 대형 유통 상인들만을 위한 제도로 추진·정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팰릿 출하 의무화로 이들이 감당해 온 하역과 선별 과정에서의 유통 비용이 모두 생산자들에게 전가됐기 때문이다.
가락시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하역·선별 인력이 사라지고 지게차만 오가게 됐는데, 중도매인 등 대형 유통 상인들의 인건비 절감 효과는 생산 농민들의 출하 비용 증가로 고스란히 옮겨 와 생산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생산비가 상승해도 농산물 가격에 전혀 반영될 수 없는 농산물 가격결정 구조 탓이다.
송 회장은 “가격결정권이 없는 농민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고통을 감내하는 동안 대형 유통 상인들은 배가 터질 지경으로 부를 축적했다”라며 “이대로 가면 농민이건 유통 상인이건 규모화된 곳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공사)가 생산자에 대한 고려 없이 유통업자들만의 편의와 이익을 위해 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농민들은 항변한다. 공사의 팰릿 출하에 따른 물류비 지원이 팰릿 임대료 일부를 보조금 명목으로 지급하는 ‘생색내기 수준’에 그쳐서다.
아울러 송 회장은 수박 생산자 단체를 향해 “수박생산자협회에 이 문제를 누차 지적하고 해결을 위해 나설 것을 건의했으나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라며 “농민 입장에서 일하려 하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구태의연함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농수축산신문] [시황] 배추·무 도매가격, 다음 달까지 강세 유지 전망 
[농민신문] 불타버린 농기계와 농작물…경북 산불 농축산 피해 1700억원 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