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에 부과한 25% 상호관세가 9일 발효된 가운데 미 상무장관이 미국산 감자에 대한 한국의 수입 제한 조치를 ‘무역장벽’이라고 지목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2일(현지시각) 채널폭스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CNN·블룸버그통신 등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한국의 농산물 수입 규제를 언급했다.
러트닉 장관은 “(2012년) 한국 맥도날드가 미국산 튀김용 감자를 들여오려고 했는데 (한국 정부로부터) 원산지 확인이 안된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며 “이것이 무역장벽”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에 따르면 가공식품 수입검역단계에 원산지 확인 절차는 따로 없다. 다만 관세청 고시에 따라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 수입이 불가하다. 검역당국 관계자는 “미국이 검역 절차를 오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고율 상호관세를 지렛대 삼아 미국이 자국산 감자 수입 개방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지지기반인 아이오와주 등의 주요 산업이 농업이기 때문에 이들을 염두에 두고 우리나라에 농산물시장 개방을 압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감자는 미국의 주요 관심 품목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국과의 농산물 수출검역협상에서 우선 추진 품목으로 감자를 선정했다. 3월31일에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서 11개주산 감자의 수입 검역 절차를 무역장벽으로 꼽았다.
미국은 현재 22개주에서 생산된 감자를 우리나라에 수출하고 있는데, 이 외 11개주산 감자를 추가로 수출하기 위해 검역조치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 감자는 이달 기준 총 8단계의 수입위험분석 절차 중 6단계인 ‘수입허용기준 초안 작성’에 진입했다. 7∼8단계는 국내 행정 절차로 6단계가 완료되면 사실상 국내 도입은 초읽기에 들어간다.
미국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유전자변형생명체(LMO) 감자의 수입 절차도 상당 부분 진전됐다. 국립생태원·국립수산과학원에 이어 농촌진흥청이 2월 ‘환경위해성 협의심사’ 적합 판정을 내리면서 미국산 LMO 감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전성 검사만 남겨두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범정부 차원으로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에 대응한다는 입장이지만 뚜렷한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미국 측에서 농업분야에 관한 공식 요청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산업통상자원부가 타 부처의 관련 자료를 취합·정리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자료를 달라는 요구를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주재해 통상 현안을 다루는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에도 농업분야 인사는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은 “(한·미 통상 협정에 관해) 명확하게 정해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섣불리 입장을 밝혔다간 미국에 빌미를 줄 수 있다”며 “제조업 등 미국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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