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산불, 이제는…] (4) 농업피해 대응방안 없어
농식품부·산림청·전국 도농기원
피해 농작물 생육관리 요령 전무
적절 대응땐 일부 회복할 수 있어
농업분야 피해 재발 가능성 높아
손상 파악방법 등 대응 마련해야
농민신문 조영창 기자 2025. 4. 7
“산불로 크게 피해를 본 적이 처음이어서 저뿐만 아니라 주변 농가 모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피해 농작물 관련 대응지침이 내려온 게 없어 피해조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는 실정입니다.”
영남지역을 비롯해 전국을 뒤덮었던 산불로 피해를 본 농가가 속출했지만, 관련 피해 대응매뉴얼이 전무한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드러났다. 태풍·폭설·폭염 등의 농업재해 대응요령은 마련돼 있지만 산불에 대해선 대응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본지가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산림청, 전국 9개 도농업기술원을 대상으로 산불로 인한 농업 피해 대응지침을 확인한 결과 한곳도 지침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산불은 말 그대로 산에서 난 불이기 때문에 산림당국은 임야에 대한 대응지침만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농업 관련 기관 역시 같은 이유로 농지·과수 대응지침은 마련해두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진청·도농기원 관계자들은 “산불로 인한 대규모 농지 피해가 이번이 처음이어서 문서화한 매뉴얼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작물의 손상 정도에 따라 적절하게 생육을 관리하면 일부 회복할 수도 있는 만큼 관련 지침 제작·보급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5∼2024년 10년간 우리나라에선 산불이 모두 5455건 발생했다. 누적 피해면적은 4만㏊에 이른다. 올 3월 영남지역 대형 산불 피해면적은 4만8000㏊로 추정된다. 산불로 인한 농업분야 피해는 재발할 수 있는 만큼 농가가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3월 영남지역 산불로 과수원 사과나무 일부가 불에 탄 탁상찬씨(69·경북 안동)는 “피해가 조금 덜한 과수의 상태를 진단하거나 관리하는 방법을 몰라 사과꽃이 피는 걸로 나무의 상태를 짐작할 뿐”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생육 회복을 도울 수 있는 방법과 물품을 보급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일부 농촌진흥기관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다. 농진청은 4일 피해 수준별 생육관리 요령을 내놓고 과수원 산불 피해 추적 조사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피해 수준별 복구기술 정립과 정밀 생육관리 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현장기술지원단을 운영해 나무 세력 회복, 생육관리 기술지원에 주력할 예정”이라며 “묘목 수급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앞서 경북도농업기술원은 3월27일 ‘산불 등 화재에 의해 손상된 나무 관리’ 문서를 만들어 시·군에 배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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