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 정책의 근간이 되는 여성농업인 육성 기본계획(제5차)이 올해로 마무리됨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제6차 기본계획 수립 준비에 돌입한 모습이다. 이달 안으로 연구용역을 추진할 계획인 가운데, 그에 앞서 현장 여성농민과 전문가를 통해 6차 기본계획의 방향을 정리해 봤다.
먼저 대부분의 여성농민들은 지난 5차 기본계획과 그에 따른 시행계획의 현장 체감도가 낮았던 만큼 정량적 평가에 의존하지 말고, 정성적 평가에 기반한 6차 기본계획 수립을 요구했다. 권태옥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충남도연합 회장은 특히 정부의 평가와 현장의 평가가 큰 괴리가 있다는 설명과 함께 현장 의견 수렴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성평등 교육이 지난해에 비해 올해 몇 번 더 이뤄졌는지, 양성평등 전문강사가 몇 명 더 육성됐는지, 공동경영주 등록이 지난해 대비 얼마나 늘었는지 등을 따져 그보다 얼마 늘어난 목표치를 기본계획 또는 시행계획에 포함할 게 아니라 현장 실정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정책 추진으로 인한 변화 유무 및 정도를 따져 실제 여성농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기본계획을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여성농민들은 “여성농민들이 농촌에 사는 것만으로 농촌의 지속가능성이 커지는 거다. 5개년 계획이 이제 6차에 접어들었고 이는 여성농민 관련 정책이 30년을 바라본다는 뜻인데 지금대로면 12차 계획이 세워진 데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획기적이고 확실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며 “여성농민 관련 정책이 있다고는 하는데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홍보도 잘 안 하고, 이장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사업 신청기간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사업이 끝나버리기도 한다. 지자체에 전담인력 및 전담부서가 부족한 것도 정책 체감이 낮은 이유 중 하나지만 여전히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 “5개년 계획을 짰으면 그걸 평가하고 얘기하는 자리를 자주 마련해 이번 계획은 어땠고 뭐가 부족하니 다음 계획엔 이런 부분들을 더 집중해야 한다는 식의 발전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부족한 것 같다”라며 농식품부가 현장 의견 수렴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 좋겠다는 바람도 함께 전했다.
전문가 의견도 유사했다. 농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을 이끌었던 오미란 젠더&공동체 대표는 정책에 대해 자주 협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고 짚으며, 여성농민단체가 현장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가 사라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 대표는 “5차 기본계획은 여성농민 전담부서인 농촌여성정책팀이 농식품부에 설치된 뒤 정책을 막 만들어내는 시기에 수립됐고 신규 정책을 발굴해 안착시키는 과정이 5차 기본계획의 가장 큰 목표였던 만큼 중간평가를 통해 이미 6차 계획에 대한 방향을 세우고 그에 대해 현장과 소통했어야 한다”며 “하지만 그렇지 못했고, 그게 5차 계획의 가장 큰 한계라고 본다. 또 5차 계획에서 제시한 여러 정책도 시스템으로 안착되지 않고 오히려 축소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 대표는 6차 기본계획의 핵심은 그 무엇보다 전담부서가 여성농민 육성·지원에 대한 강한 의지와 전략을 갖추고 양성평등 정책이 명실상부하게 농업정책 일반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시스템과 제도적 측면의 정책적 보완을 구체적으로 강화시켜 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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