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호관세 지침 선언
WTO·FTA 시대 사실상 ‘종말’
양자간 협상서 무역장벽 맹공 예고
LMO·쇠고기·사과 “승인 요청”
농업인신문 유영선 기자 2025. 4. 4
미국이 한국을 대상으로 품목 불문 일괄 25%의 상호관세를 일방 통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일본과, 매우 많은 나라가 부과하는 모든 비금전적 (무역)제한이 어쩌면 최악” 이라며, 사례로 한국을 집어 “한국이 자동차 81%를 자국에서 생산하고, 미국산 쌀은 한국이 물량에 따라 50%에서 513%의 관세를 부과한다” 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무역관계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한국과 관련해서는,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들여오는 모든 제품에 대해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여러나라들의 ‘비관세 무역장벽’ 을 언급하면서 차후 양자협상에서 품목별로 관세를 조율할 때 이를 문제 제기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트럼프의 자동차와 쌀에 대한 언급은 통계치도 맞지 않고 허황된 말”이라고 일축했다. 이 교수는 “하지만 행간이 의미하는 것은 트럼프는 ‘동맹’ 이 ‘적국보다 더 나쁜’ 것으로 인식을 바꿨다는 점” 이라고 강조하며 “‘동맹론’에 기댈 상황은 아니고, WTO·FTA 시대는 회복 불능에 치명상을 입었기 때문에 대안 모색에 나서야 한다” 고 정부측에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방침 발표에 앞서 지난달 31일 미 무역대표부(USTR)는 ‘2025년 국별무역장벽보고서(NTE)’ 를 발표했다. 2일 트럼프 대통령의 나라별 상호관세 지침 발표가 ‘선조치’ 라면, 국별 무역장벽 항목을 열거한 NTE는 미국이 각국들과의 양자간 협상 테이블에서 상호관세를 품목별로 낮춰주거나 조율하는데 사용할 ‘지렛대’ 인 셈이다. NTE에 게재된 무역장벽을 제거하는 조건으로, 즉 농업을 추가개방하는 조건으로 관세를 낮춰주겠다는 미국의 전략이 현실로 접근 중이다.
농업 최강국 미국의 최근 농축산물 수출 성장률은 멈춰 있다. 미국의 농산물 수출실적은 2022년 1천960억달러에서 2023년 1천750억달러로 퇴보했고, 지난해는 전년과 비슷한 잠정치가 예측되는 정도다.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면서 예고됐던 대로, 한국 농업분야에‘위생·검역(SPS) 장벽’으로 구분되는 농업개방 ‘빗장 제거’ 를 요구하고 나섰다.
USTR의 2025년 NTE에는 ‘SPS 장벽’ 으로 분류해서 자국의 농축산물 수출길에 장애요소로 5가지를 꼽고 있다. 이것을 풀어주면 협의 여하에 따라 관세를 낮춰주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르면 우선 농업생명공학제품, 즉 유전자변형 생물체(LMO)에 대한 승인 절차가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승인절차에서 중복된 검토와 과도한 데이터 요청 등이 힘들다고, 수출업계 입장을 전했다.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서 한국의 5개 기관 모두 참여해 규제 승인 절차를 진행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어서 미국제품의 시장접근을 막고 있다. 2024년 ‘유전자변형생물체(LMO)법’ 개정안은 GMO를 법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미 SPS위원회 회의를 통해 건의와 요구를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쇠고기와 쇠고기 제품에 대한‘장벽’을 없애달라는 내용은, NTE에 매년 되풀이해서 게재하고 있다. 2008년에 했던 광우병(BSE, 소해면상뇌증)을 우려해 한국은‘과도기적 조치’로 30개월령 미만 도축 쇠고기에 한해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이 ‘과도기적 조치’ 는 16년간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 쇠고기 연령에 관계없이 다진고기 패티, 쇠고기 육포, 소시지 등을 포함한 가공 쇠고기 제품의 수입을 계속 금지하고 있다.
한국이 2003년 미국산 반추동물 제품을 모두 금지한 이후 2006년 반추동물 성분이 포함된 애완동물 사료 시장 재개를 요청했다.
또 2018년 5월 한국의 농식품부에, 미국산 반추동물 성분 및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광우병 위험 미비 국가로 지정한 국가의 반추동물 성분 등이 포함된 애완동물 사료에 대한 시장 접근 확대를 요청했다. 농식품부는 2025년 1월 15일 개정된 수입 검역 요건을 공표했다.
미국의 여러 제품에 대해 한국시장 접근 요청이, 농림축산검역본부(APQA)에서 대기 중이다. 오리건주 이외 지역산 블루베리 수입 확대, 미국 11개 주의 감자 수입 허용, 체리 수입 프로그램 개선, 사과, 배, 딸기, 캘리포니아 핵과류 등의 시장접근 요청, 냉동 라즈베리 및 블랙베리 수입 허용 등 보류 중이다.
미국은 여러차례 이러한 제품에 대한 승인 절차를 신속히 처리해 줄 것을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요청했다. SPS위원회를 통해서도 계속 문제를 논의했다.
한국의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를 인정하기 어렵다. 기존에 국제적으로 허용된 농약 잔류물 및 한국에 MRL이 설정되지 않은 신규 물질에 대한 수입 허용 기준 설정을 요구한다. 한국이 2022년부터 미국 농산물 수출품이 한국내 MRL, 수입 허용 기준 또는 0.01ppm 기본 기준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2024년 1월 1일부터 한국은 동일 조직·유사 종에 대한 동물약품 MRL 인정 정책을 폐지하고,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달걀·우유·수산물에 대한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MRL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력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국제 기준 부합 MRL 설정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참고로, PLS는 국내 사용 또는 수입식품에 사용되는 농약 성분을 등록하고 잔류허용기준을 설정, 등록된 농약 이외에는 잔류농약 허용기준을 일률기준(0.01mg/kg)으로 관리하는 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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