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57세를 맞이한 광주비축기지 전경.
주변의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광주비축기지 내 보관창고 내부. 장성비축기지에 비해 좁고 낮으며 비효율적인 구조가 공간활용을 더욱 방해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정돈이 잘됐지만 노후화로 인한 낡음은 눈에 띄었다.
* 2017년 비축기지 광역화·현대화 사업의 성과로 탄생한 장성비축기지 전경.
장성비축기지 내 보관창고 내부. 넓고 효율적인 정육면체형 보관공간이 눈에 띈다.
제 역할 못하는 노후화 농산물 비축기지 ‘심각’
aT 보유 비축기지, 50년 이상 노후화로 보관량·품목·신기술 적용 ‘한계’
광주비축기지
주변 주거단지 들어서면서
물류차량으로 주변 민원에 심야작업도 제한
저온창고 기능 한정돼 콩·참깨·메밀·멥쌀 등 상온 장기보관 가능한 곡류·두류만 저장
장성비축기지
현대화 사업으로 최신 시설로 탈바꿈
미래 비축 수요 산출로 맞춤형 비축 가능
채소류·원물 저장에도 폐기 거의 없어
농수축산신문 박세준 기자 2025. 4. 1
농산물 비축기지의 역할은 기후위기 시대에 들어서면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지만 국내 비축기지의 상당 부분이 심각한 노후화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14개 비축기지 중 정부가 소유한 8개 비축기지는 현대화된 비축기지로 충분한 규모에 최신시설이 갖춰진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보유한 충북 청주, 대전 회덕, 전북 전주, 광주, 부산 학장·노포 등 6개 비축기지는 평균 54.5년이 경과돼 노후화가 심각한 실정이다.
노후화된 비축기지 6개소는 모두 제한된 저온 보관이나 방열 보관만 가능해 곡류와 두류 같은 상온 보관 가능 품목만 비축할 수 있어 최근 기후변화로 수급에 곤란을 겪고 있는 품목인 과일류, 채소류 등은 비축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14개 비축기지의 절반 가까운 6개 비축기지가 과일·채소의 수급 조절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임미애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은 “농촌진흥청에서 2015년 봄배추를 0.5~1도로 저장해 출하 2~3일 전에 3~5도에 노출한 후 출하하면 최대 75일까지 저장가능한 기술을 개발했지만 정작 aT 소유 보관시설은 평균 54.5년이 경과된 건물들로 10도 이하로 내릴 수 없는 시설들”이라며 “이런 시설에서 무슨 비축정책을 펴나가겠는가”고 강하게 질타한 바 있다.
양적인 보관능력도 아쉽다.
aT 소유의 비축기지의 총 표준보관능력은 1만7870톤으로 평균 2978톤에 불과하다. 반면 2013년 추진된 ‘비축기지 광역화·현대화사업(이하 현대화 사업)’으로 새로 지어진 정부 소유 비축기지 8개소는 평균 9221톤에 달하는 보관능력을 지녀 aT 소유 비축기지보다 3배 이상의 보관능력을 지녔다.
aT가 소유한 광주비축기지와 2017년 현대화 사업의 결과로 태어난 전남 장성비축기지를 직접 방문해 비축기지의 현황과 미래를 살펴봤다.
# 60년 세월 꾸준한 관리에도 한계가 보인 광주비축기지
처음 광주비축기지에 들어갔을 때 벽돌로 지어진 비축창고는 보기에 고풍스러운 운치는 있었지만 농산물을 보관하기에 과연 효율적인지는 의심스러웠다. 게다가 진입로는 경사져있고 대형 화물차가 상하차 작업을 위해 주차해야 할 공간도 넉넉하지 않아 선회하기에는 좁아 보였다. 상하차 작업 공간도 마찬가지로 생각보다 협소해 지게차 작업에 다소 위험할 것 같았다.
광주비축기지는 1968년에 지어진 뒤 올해로 57살을 맞이한 비축기지다.
처음에는 민간창고였지만 1973년 10월 정부가 취득하고 2019년 12월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인수하게 됐다. 건물내구연한은 지났지만 안전진단을 거쳐 아직은 사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 계속 운영 중이다.
대지면적 1만6678㎡에 보관가능면적은 2607㎡, 10개 창고실로 모두 제한적 저온창고로 운영되고 있으며 표준보관능력은 2994톤이다. 표준보관능력은 품목과 보관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지난달 14일 기준 광주비축기지에는 콩 44톤, 참깨 818톤, 메밀 243톤 등 총 5099톤의 비축농산물 재고가 있었다.
광주비축기지에는 시설 노후화로 저온창고의 기능이 한정돼 보통 콩, 참깨, 메밀, 콩나물콩, 멥쌀 등 상온에서도 장기보관이 가능한 곡류나 두류를 저장하고 있다.
김영백 광주비축기지 관리소장은 “오래된 건물이지만 최적화를 위해 직원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광주비축기지가 현대화되면 품목을 가리지 않고 다 받을 수 있겠지만 온습도 관리 문제 때문에 품목을 가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운영인원은 aT 직원 3명과 aT 자회사 에이플 직원 7명, 하역 인원 1명이 배치돼 있다. 에이플 측은 기지의 냉동시설을 관리하거나 경비를 담당하고 있다. 인원들은 최소 2명씩 24시간 근무하고 있어 시설과 품질 관리 등을 실시간으로 하고 있다.
비축농산물 입·출고, 재고현황, 보관상태 등을 점검하기 위해 정부비축사업 관리규정에 따라 정기재고조사(연 2회), 수시재고조사(월 1회 이상)가 실시되고 있다. 또 한국식품산업협회와 함께 위생점검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비축농산물을 방출할 때도 재고량 확인과 품질 검사를 거치게 돼 있다.
비축창고 내부는 잘 정돈돼 있었지만 낡아 보이는 부분은 가릴 수 없었으며 예상보다 낮은 층고로 좁았다. 또 옛날 건물이라 효율적인 정육면체형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데 방해되는 구조물들도 존재했다. 그나마 운영 시스템이 디지털화돼 창고 호실마다 설치된 온도조절을 위한 공기냉각기(유니트 쿨러) 등은 중앙통제실에서 제어가능하고 ‘스마트 비축기지 시스템’에 따라 품목, 등급, 재고량, 재고수량 등 창고별 보관현황도 전산으로 확인 가능한 것은 물론 창고 문 앞에 붙어 있는 큐알(QR) 코드를 이용해 비축 현장에서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농산물 비축과 방출은 물가와 연동되는 부분이라 가장 민첩하게 수행해야 하는 부분으로 그게 안되면 당장 표시는 안나더라도 장기적인 측면에선 예측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도 현대화되지 못한 광주비축기지의 한계를 지적하며 먹거리 물가 관리차원에서도 아쉬운 일이라 전했다.
광주비축기지 주위에는 아파트 단지들이 있었다. 1570여 세대의 새로운 아파트 대단지도 한창 지어지는 중이었다. 광주비축기지가 처음 지어진 1960년대 후반에는 이곳이 광주광역시 외곽이어서 큰 문제는 없었지만 세월이 흐르며 도심이 확장되고 주거단지가 속속 들어서면서 교통과 작업도 주변과 마찰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곽상준 aT 보관관리부 주임은 “물류센터는 기본적으로 기피시설이고 물류 차량이 많이 들어와 시끄러워 주변 민원이 많으며 심야작업도 제한된다”며 “새로 현대화되는 물류단지를 도시 외곽에 지으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 전했다.
# 현대화 비축기지의 대표, 장성비축기지
장성비축기지는 현대화 사업의 성과로 국내에서 가장 최신의 농산물 비축기지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추진했던 현대화 사업은 당시 정부가 소유하고 있던 기존 8개 비축기지를 민간에 매각하거나 폐쇄하고 충청권, 호남권, 대경권, 부경권 등 4개 권역에 현대화된 비축기지를 신축 혹은 개수하기 위해 1075억 원을 투입한 사업이다.
2013~2017년 5년에 걸친 현대화 사업의 결과 △대경권 안심비축기지 △부경권 부산비축기지 △호남권 장성비축기지 △충청권 청원비축기지가 새롭게 지어졌다. 기존의 청주·회덕·전주·광주·학장·노포 비축기지는 aT가 인수해 새로 지어진 광역비축기지와 보조를 맞춰 운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장성비축기지는 2017년 4월 준공돼 같은 해 12월 aT가 운영 위탁을 받은 곳으로 최신식 시설과 설계를 자랑하고 있다.
이강호 장성비축기지 관리소장은 “벽돌로 된 광주비축기지와는 달리 장성비축기지는 50cm 이상의 우레탄 판넬 이중 격벽으로 가볍고 튼튼하면서도 열차단이 더욱 잘되는 재질로 돼 있다”며 “공간도 훨씬 넓다보니 컨테이너 화물차의 접근도 용이하고 작업환경도 여러모로 훨씬 좋고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소장은 광주비축기지 관리소장을 하던 때를 떠올리면서 “그곳은 경사가 있어서 눈오면 항상 제설작업을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며 장성비축기지가 평지라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광주비축기지와는 달리 장성비축기지는 광활한 공간으로 대형화물차도 무리 없이 들어올 수 있도록 돼 있었고 상하차 작업 공간도 매우 넉넉했다. 장성은 전남 물류 유통의 중심지로서 넓은 국도와 호남고속도로를 비롯해 다양한 물류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aT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농협도 장성비축기지 바로 옆에 호남 최대 규모의 장성복합물류센터를 지난해 준공해 운영하고 있다.
장성비축기지는 대지면적 4만7425㎡에 보관가능면적과 보관능력은 5181㎡, 5950톤이다. 광주비축기지와 비교하면 대지면적은 2.8배, 보관가능면적과 보관능력은 2배에 달한다. 거대한 비축창고의 정면은 사진 한 프레임 안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관리인원은 aT 직원, 에이플 직원과 유동적인 하역인원을 포함하면 13~14명으로 광주비축기지와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 다만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의해 aT 직원들이 직접 냉동기 관리를 하는 점이 다르다. 보관면적은 16개 창고 호실로 나눠져 있으며 전원 저온창고로 운용될 수 있다. 비축 농산물 재고와 품질 관리 등은 광주비축기지와 동일하게 진행된다.
이미 지어진 창고를 인수했던 광주비축창고와 달리 장성비축기지는 미래 비축 수요를 산출하고 규모에 맞춰서 설계됐기 때문에 맞춤형으로 비축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장성비축기지는 저온저장 시설이 잘 구비돼 신선농산물도 보관할 수 있으며 지난달 14일 기준 콩 1058톤, 무 86톤, 배추 429톤, 밀 1137톤, 고추 280톤 등 2990톤이 저장돼 있었다. 방문했을 당시 장성비축기지는 지난해 기후변화로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던 배추와 무의 방출 시기에 대비하고 있었다.
채소류 원물을 저장하고 있지만 폐기는 거의 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소장은 “최근에는 비축농산물 폐기 자체를 거의 안하는 방향에서 저장한도 내에 판매한다는 계획이다”며 “감모율은 물을 머금은 채소 특성상 보관 중 수분이 빠져 줄어들 수 밖에 없지만 그것이 폐기할 정도까지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고 전했다.
장성비축기지 측이 공개한 배추저장 창고와 고추 저장창고는 신식 시설답게 금속의 깔끔한 벽과 높은 층고가 눈에 들어왔다. 배추의 경우 감모율 관리를 위해 따로 빼놓은 샘플이 있었다는 점도 광주비축기지와 다른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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