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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한국산 김치, 중국의 위생기준에 꽉막혀…지난해 수출 ‘0’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4-11-28 조회 5124
첨부파일 김치수입량.jpg
자국 위생법 앞세워 수입차단…중국산은 매년 20만t 들어와
시진핑 “적극 협력”에도 깜깜…수출 확대로 채소산업 살려야

 우리나라는 김치 한 품목만 놓고 보면 중국의 ‘호갱님’(호구와 고객님을 합친 말로, 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이다. 무역역조액이 지난해에만 1억1743만1000달러, 우리 돈으로 1304억여원에 달한다. 이는 중국산 김치는 국내로 펑펑 쏟아져 들어오지만 한국산 김치는 대중(對中) 수출길이 사실상 막혀 있는 황당한 구조 탓이다. 

 한국이 수입하는 김치 전량은 중국산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 말까지 중국산 김치는 17만4912t이 수입됐다. 지난해 같은 때보다는 7943t(4.3%)이 줄어든 규모이지만 연말까지는 21만t 이상 수입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럴 경우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2011년 23만78t, 2012년 21만8842t, 2013년 22만218t 등 4년 연속 20만t 돌파라는 달갑지 않은 대기록을 작성하게 된다. 

 반면 한국산 김치의 대중 수출규모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2000년 이후 최대치였던 2010년 수출량이 고작해야 117t. 이후 수출량은 2011년 61t, 2012년 4t으로 뚝뚝 떨어지다 지난해엔 급기야 0t을 기록했다. 올 들어선 10월 말까지 겨우 2t을 수출하는 데 그쳤다. 중국 앞에선 ‘한국=김치종주국’이란 말을 쓰기가 머쓱한 상황이 된 것이다. 

 한국산 김치의 대중 수출 실적이 이처럼 보잘것없는 것은 중국이 한국산 김치에 대해 자국의 파오차이 위생기준(대장균군 수 100ｇ당 30마리 이하)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오차이는 삶아 절인 채소로, 오이피클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정부는 중국이 위생기준을 개정해 줄 것을 수년째 요구해왔다. 이에 중국 정부는 “음식을 발효해 먹는 식문화가 아닌 데다 자국민의 식탁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그렇지만 속내는 이를 비관세 무역 장벽으로 삼아 한국산 김치 수입을 원천 차단하려는 것이라는 게 우리 측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런 상황에서 올 7월 한가닥 희망이 감지되는 듯했다. 한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회견에서 “한국산 김치의 대중국 수출문제에 대해 우선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다. 이에 따라 김치에 대한 중국의 수입위생기준 개정작업이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많았고, 일부에선 품질 경쟁력이 높은 한국산 김치가 중국 부유층을 상대로 날개돋친 듯 팔릴 날이 곧 올 것이란 섣부른 기대도 나왔다. 

 4개월가량 시간이 흐른 지금 상황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여전히 안갯속이요, 답보 상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두 기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중국은 후속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모양새다. 7월 말 1차회의를 중국에서 개최한 이후 8월 말 우리 측 요구사항이 중국 정부에 전달됐다. 하지만 이후 중국은 2차 회의 일정을 9월과 10월로 잇따라 미뤘다. 현재로선 빨라도 다음달에나 2차 회의가 열릴 수 있을 것이란 답답한 관측만이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손영욱 식약처 식품기준과 연구관은 “우리 측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중국으로선 급할 게 없어선지 진행 속도가 굉장히 더디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최근 타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선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오갔을까. 정혜련 농식품부 동아시아자유무역협정과장은 “세계적으로 fta와 수입위생기준 협상은 분리해 진행하는 것이 관례인 데다, 김치의 수입위생기준을 완화해달라는 우리 측 요구를 관세 감축 등이 주된 의제인 fta협상 테이블로 올릴 경우 우리가 불리해질 수 있어 이번 fta 협상에선 의제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농업인들과 김치업계 관계자들은 “김치산업은 배추·무 등의 주재료와 고추·마늘·생강·양파·파·젓갈·소금 등 부재료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채소류 종합가공산업’”이라면서 “국내 채소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김치의 대중 수출길을 확실히 열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소영 기자
  [농식품부] 제12차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 개최
  [농민신문] 중국산 김치 관리 허술 문제있는 위생기준